5세대(5G) 통신 장비 생산업체인 이노인스트루먼트가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리스크요인을 일시적으로 털어내는 적극적 회계 처리에 따른 결과라고 해명했다.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작년 4분기 매출 99억원, 당기순손실 172억원을 냈다고 16일 밝혔다. 작년 연간 기준 매출액은 443억원, 당기순손실은 230억원에 이른다. 전체 손실 규모의 대부분을 4분기에 올린 셈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연 130억원 수준의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쓰고 있는 한편, 올해 실적을 염두에 두고 작년에 선제적으로 충당금 100억원을 산정해 두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중국 주요 통신사들이 투자를 보류한 결과 주요 매출처였던 중국 매출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일시적인 비용 처리가 늘어난 결과라는 것이다.
권대환 이노인스트루먼트 대표는 "영업활동과 연관이 없는 장기 재고에 대한 충당금으로 65억원, 유휴 설비에 대한 충당금으로 35억원을 각각 반영했다"며 "이 중 대부분은 판매 가능한 제품이거나 매각 처리를 앞둔 설비 자산"이라고 밝혔다.
올해 계획대로 해당 제품 및 자산을 팔게 되면 도리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중국 회계기준에 따를 경우 계상할 수 있는 이연법인세의 절감분 30억원에 대해서도 비용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보수적 회계처리에 따른 손실 확대 부분이 130억원어치에 달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이노인스트루먼트는 작년 하반기부터 회사 내 조직 구조를 크게 재편해 전체 인력의 60% 이상인 400여명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올해 실적 개선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으로서 부실 요인을 미리 털어내고 구조조정도 끝냈다는 취지다.
권 대표는 "중국 위주의 매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인텔 및 키사이트(옛 HP 사업부) 등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페낭에 작년 하반기부터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률이 우수한 접속기에 스펙트럼 애널라이저 등 신규 제품 매출로 인한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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