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도 달리했다. 점과 선, 면이란 세 가지 주제로 글을 나눴다. 나 시인은 “오래전 읽은 칸딘스키의《점·선·면》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점·선·면은 삶의 구조와 역할을 설명하기에 꽤 적절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에 따르면 ‘점’은 가장 간결한 존재의 형태로서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을 나타낸다.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선’은 개체와 또 다른 개체의 만남을 의미한다. 선들이 만나 완성되는 ‘면’은 사회 또는 공동체를 뜻한다.
점을 주제로 한 1부엔 시인이 걸어온 삶의 자취를 담았다. ‘에덴원’에서 고아들과 살을 맞대며 생활했던 유년기부터 길 위에서 떠돌며 보낸 학창 시절까지 시인이 겪은 독특한 경험들은 그의 감수성과 삶의 태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됐다고 말한다.
2부 ‘선’에선 시인이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만들어낸 수많은 ‘선’을 이야기한다. 그는 “나무는 혼자만 우뚝 서 있지 않고 다른 나무들과 나란히 서서 서로에 가지와 그늘을 드리우듯 어떤 사람들 속에 살았느냐에 따라 삶이 피워내는 꽃은 달라진다”고 말한다. 3부 ‘면’에선 지금 이 세계와 공동체 안에 쌓여 있는 과제들을 ‘전체성’이란 관점에서 바라본다. 시인은 사회 문제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의 통찰은 자신의 삶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이렇듯 산문집은 점이 만나 선이 돼 있고, 선이 면으로, 면이 다시 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역동적인 삶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 안에서 개인과 타인, 세상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발견한다. 시인은 “이 누추한 삶의 기록을 되살리는 일이 작으나마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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