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봉우리 16좌를 정복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60·사진)이 성커라풀에 있는 ‘네팔 전남휴먼스쿨’ 설립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월 엄홍길휴먼재단은 전남교육청과 함께 네팔 전남휴먼스쿨 준공식을 열었다. 재단이 네팔에 만든 16번째 학교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해발 1900m에 자리를 잡았다. 학교 신축에 필요한 사업비는 전남 도민 성금, 전남교육청 예산 등으로 충당했다. 교실·기숙사·화장실·강당 등을 갖췄다. 네팔 딸께?에 있는 휴먼스쿨타운도 지난해 기공식을 열고 공사 중이다.
재단은 네팔 오지의 청소년 교육, 의료 지원과 환경 사업 등을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됐다. 산악 등반 중 숨진 네팔 셰르파 유가족 지원 사업에 나서고 네팔 오지에 학교를 건립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에 도전할 때마다 ‘산에서 무사하게 내려온다면 그 은혜를 주위 사람들과 나누면서 살겠다’는 말을 되새겼다”며 “히말라야와 맺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제대로 된 교육 시설도 없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네팔 청소년들에게 교육이라는 희망이 필요했다”며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서 성장해 지역 사회와 국가에 기여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제1호 휴먼스쿨은 1986년 에베레스트 등반 당시 추락사고로 사망한 셰르파 술딘 도루지의 고향인 팡보체에 지었다.
지난달 발생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한국인 교사 실종 사고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당시 네팔에 머물던 엄 대장은 사고 소식을 듣고 구조 작업에 합류했다. 그는 “눈사태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얼음까지 뒤섞여 실종자를 덮친 상태라 수색이 어려웠다”며 “히말라야는 모든 산악인의 로망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엄 대장은 지난해 ‘2019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2011년부터 대한민국 국위를 선양한 스포츠인을 대상으로 스포츠영웅을 뽑고 있다. 그는 “16좌 등정을 기념해 ‘네팔 오지 학교 16곳 건립’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12년 만에 꿈을 이뤘다”며 “‘제2의 16좌 등정’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교육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 많기 때문에 오를 수 있는 곳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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