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압박'에 분기배당 도입하는 S&TC

입력 2020-02-16 17:56   수정 2020-02-17 02:52

‘배당 짠돌이’였던 S&T그룹 계열사들이 줄줄이 ‘분기배당’ 도입에 나섰다. 지난해 국민연금으로부터 배당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S&TC가 배당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올해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기관투자가의 주주 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박이 커지고 있어 배당 확대를 선언하는 기업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S&TC그룹, 분기배당 일제히 도입

S&TC는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중간배당에 관한 정관을 분기배당으로 바꾸는 안건을 올린다고 최근 공시했다. S&TC의 모회사인 S&T홀딩스도 이번 주총에서 똑같은 안건을 다루기로 했다. 또 다른 S&T그룹 계열사인 S&T모티브와 S&T중공업은 분기배당 관련 정관을 신설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린다.

삼성전자와 두산, 포스코, 웅진코웨이, 쌍용양회 등 10개 남짓한 소수의 상장사만이 분기배당을 하고 있다. 그동안 배당에 소극적이던 S&TC의 분기배당 도입이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TC는 지난해 정기주총 기간 국민연금이 꼽은 ‘배당 부실기업’ 중 하나다. 당시 국민연금은 S&TC가 현금배당 대신 주당 0.03주의 보통주를 배당한다는 내용의 재무제표를 승인해달라는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최대주주인 S&T홀딩스의 높은 지분율(55.55%)에 힘입어 이 안건을 승인받긴 했지만 국민연금을 비롯한 적지 않은 주주가 배당 확대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S&TC 지분 6.31%를 들고 있다. S&T홀딩스(지분율 6.24%), S&T모티브(12.48%), S&T중공업(8.53%)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이 같은 주주들의 압박에 S&TC도 달라지고 있다. 이 회사는 전년과 달리 지난해 결산배당을 현금(주당 800원)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실적 개선으로 배당을 늘릴 여유가 생긴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TC는 지난해 영업이익 174억원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2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52.9% 증가했다. S&T모티브(892억원)와 S&T중공업(192억원)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각각 53.4%, 19.5% 늘었다. 주요 계열사의 이익 확대에 힘입어 S&T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1262억원)은 같은 기간 73.8% 불어났다.


줄 잇는 배당 확대

S&T그룹 외에도 여러 기업이 이번 정기주총을 앞두고 배당 규모를 늘리고 있다. KT&G는 지난 13일 2019년 결산 배당금액을 주당 44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배당 규모로 전년(4000원) 대비 10% 증가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중공업지주도 최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이 회사는 1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내용과 배당성향 70% 이상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잇달아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면서 과거 국민연금이 배당 부실기업으로 찍었던 기업들이 올해 주총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 주총 시즌에 S&TC 외에 넷마블, 이오테크닉스, 대양전기공업, 씨에스홀딩스, SBS미디어홀딩스, 심팩, 광주신세계, 남양유업 등의 재무제표 승인을 배당이 적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들 중 남양유업(지분율 6.64%)에 대해선 최근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의향은 없지만 배당 확대나 비영업용 자산 매각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이다. 국민연금이 올 들어 5% 이상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꾼 상장기업은 총 56곳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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