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손잡고 '게임 체인저' 노리는 기업들

입력 2020-02-17 15:22   수정 2020-02-17 15:24


산업의 판이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차,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이 현실화되면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합종연횡도 이어지고 있다. 정보기술(IT) 업체가 자동차산업에 뛰어들고 철강 업체가 AI를 도입한다. 삼성과 애플 등 영원한 라이벌이라 불렸던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다. ‘게임 체인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인재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편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가전·자동차에도 AI 적용

AI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핵심 미래 산업으로 꼽은 분야다.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에 AI를 적용해 소비자 편의성을 무한하게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AI 역량을 끌어올려 모든 스마트기기에 AI 기능을 넣을 계획이다. 이 회사는 2017년 AI를 비롯한 미래 선행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삼성 리서치를 설립했다. 이어 AI 우수 인재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AI 연구센터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우수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AI 선행 연구개발(R&D) 인력을 1000명(국내 600명, 해외 400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인간의 뇌를 모방한 AI 반도체 핵심 기술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D램과 같은 주력 사업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NPU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딥러닝(심화 학습) 기능을 갖춰 ‘AI의 두뇌’로 꼽힌다.

LG전자는 빅데이터가 연계된 AI 기반 스마트 가전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LG 씽큐 홈’ 등 AI 솔루션을 바탕으로 집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집안에서 누리는 AI 경험을 커넥티드카 등 외부로도 확장해 나아가기로 했다. AI를 적용한 로봇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상업용에서 가정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로봇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 출시

미래차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게임체인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자동차는 전동화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등 미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현재 15종인 친환경차를 44종으로 늘릴 계획이다. 종류별로는 하이브리드 13종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6종, 전기차 23종, 수소전기차 2종 등이다. 현대차는 차량 전동화에만 3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앞으로 다가올 탈(脫)내연기관 시대를 맞아 선제적 투자를 통해 게임체인저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기술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영국의 상용 전기차 업체 어라이벌에 1290억원을 전략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높여 유럽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저유황유 시장 선점하라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도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CES 2020’에서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반도체 기술을 대거 선보여 주목받았다. SK하이닉스가 선보인 주요 반도체 제품들은 안정성·속도·전력소모·용량 측면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여 5G, AI 등 미래 4차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관련 소재 사업을 인수하며 반도체 수직 계열화로 그룹에 힘을 보탰다.

SK는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SK에너지는 지난달 울산에서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준공했다. VRDS는 올해부터 시행된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IMO 2020)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설비다. 올 들어 선박유 시장은 벙커C유 등 고유황유에서 선박용 경유 같은 저유황유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친환경 설비를 통해 이 시장을 빠르게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저유황유 시황은 선사들의 비축유 재고가 소진되는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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