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이런 이야기 좀 그렇지만 남자 배우 없이 여자 배우끼리 찍으니까 너무 좋더라고요.” 김성령의 솔직한 대답에 모두 웃음이 터졌다. 이엘은 “주요 인물 넷이 모두 여자인 것에 크게 반했다”며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과연 이 여성에 의한 스릴러는 꽃 피는 춘삼월 극장가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영화 ‘콜(감독 이충현)’의 제작보고회가 17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이충현 감독, 배우 박신혜, 전종서, 김성령, 이엘이 참석했다.
‘콜’은 과거와 현재,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두 여자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아가씨’ ‘독전’ 등 그간 강렬한 장르작을 선보여 온 용필름의 신작이자, 단편 ‘몸 값’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쓴 신예 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이충현 감독은 “‘더 콜러’라고 원작이 있다”며, “예측불허하고 계속 전복되고 반전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콜’ 시나리오 초고가 그랬다”고 소개했다.
충무로 성비가 점차 변하고 있다. ‘콜’의 경우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다. 이충현 감독은 “우리나라에 많이 없는 형태”라며, “여성이 극을 이끌어 나가는 장르 영화가 얼마나 밀도 있고 힘 있는 영화로 완성될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먼저 박신혜가 과거를 바꾸려는 여자 서연 역을 맡았다. 앞서 그는 “서연은 내가 이제껏 맡았던 정의로운 캐릭터와는 상반된 면모를 지녔다”고 해 ‘착한 박신혜’ 대신 ‘전에 없던 박신혜’를 기대하게 했다. 이날 박신혜는 “지금껏 내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인물”이라며,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곤 했다”고 알렸다. 이어 “처음으로 쇼트커트에 도전했다”며, “외적으로도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 안내했다.
영화 ‘버닝’으로 단숨에 ‘충무로 블루칩’으로 떠오른 전종서는 미래를 바꾸려는 여자 영숙 역을 맡았다. 전종서는 “영숙은 항상 감정이 과열된 과격한 인물이라 표현이 쉽지 않았다”며, 또한 극 중 인물과 얼마나 닮았냐는 질문에는 “끈질긴 면이 닮았다. 한번 꽂히면 오래가는 것도 비슷하다. 영숙이의 가장 큰 특징인 불안도 닮았다”고 답했다.
‘버닝’ 이후 오랜만의 공식 석상이다. 이날 전종서는 과거의 무엇을 바꾸고 싶냐는 질문에, “1시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청심환 하나 더 먹고 화장실 한 번 더 갈 것”이라는 대답으로 웃음을 모았다. 선배 김성령이 지켜본 전종서는 오늘과 180도 다른 당당하고 착실한 신예였다. 김성령은 “종서가 현장에서는 전혀 떨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대범한 배우”라며, “‘버닝’에서의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성실한 배우이기도 했다”고 알렸다.
이날 이충현 감독은 “‘버닝’을 극장에서 3번 보고 종서 배우님을 영숙 역에 낙점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영숙의 미스터리한 모습은 과거 전종서가 연기한 ‘버닝’ 속 해미와 교집합이 많다. 신인으로서 한 가지 캐릭터에 묶이는 것에 걱정은 없었을까. 기자의 질문에 전종서는 “두 캐릭터에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도리어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 내공을 탄탄히 쌓은 김성령이 딸 서연을 지키려는 서연엄마 역을, 영화 ‘내부자들’로 이목을 끈 이엘이 딸 영숙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주술 의식을 통해 그의 운명을 바꾸려는 신엄마 역을 맡았다.
특히 ‘콜’은 같은 공간의 20년 시차를 구현하기 위해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영국과의 DI(디지털 후반 작업)를 진행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에 참여한 바네사 테일러 컬러리스트는 서로 대비되는 색감을 활용, 관객이 극 중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게 했다. 이충현 감독은 “전형적이지 않게 과거와 현재를 나누려고 톤 고민을 많이 했다”며, “컬러리스트분께서 색을 창의적으로 잘 만져 주셨다”고 전했다.
3월 중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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