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원천기술을 가진 바이오기업을 눈여겨봅니다. 압타머 기반의 플랫폼 기술을 가진 우리의 미래가 밝은 이유죠.”
이수진 압타바이오 대표는 “개발 중인 당뇨합병증 치료제와 표적항암제로 올해 기술수출 두 건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충북대에서 유기화학을 전공한 뒤 아주대에서 의약화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JW중외제약 등에서 20여 년간 신약 개발을 하다가 2009년 창업했다.
압타머 틈새시장 공략
이 대표가 JW중외제약에 입사한 1990년대 후반 JW중외제약은 국내 제약사 최초로 신약연구소를 설립해 혁신신약 개발에 나섰다. 그는 10여 년간 다수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이 대표는 “JW중외제약은 질환 관련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 약물을 대량의 라이브러리에서 도출하는 기술로 파이프라인을 개발했는데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다”며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해외 바이오기업과 협업할 기회도 많아서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혁신신약을 자기 손으로 직접 개발하기 위해 2009년 회사를 차렸다. 그때 이 대표의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가 압타머와 약물을 결합한 표적항암제 Apta-DC였다. 그는 “합성의약품은 카이나제(인산화효소) 기반의 항암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고 항체치료제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대부분 특허 방어를 해놔 진입이 어려웠다”며 “압타머는 초기 단계 기술이고 합성의약품과 항체치료제가 공략하기 힘든 질환에 잠재력이 있다고 봤다”고 했다.
압타머는 체내 단백질과 결합하는 핵산 물질이다. 항체는 크기가 크고 세포막에 있는 항원만 인지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압타머는 크기가 작고 어떤 단백질과도 결합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압타머는 질병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에 작용할 수 있지만 체내에서 5분 안에 사라진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우리는 핵산분해효소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압타머를 변형시켜 반감기를 3시간 이상으로 늘렸다”고 했다.
부작용 적은 표적항암제 개발
Apta-DC는 세계 최초로 압타머에 약물을 붙인 형태의 표적항암제다. 이 압타머는 암세포의 세포막에 특이적으로 많이 발현되는 뉴클레오린에 결합한다. 뉴클레오린은 암세포의 막과 핵을 드나들면서 세포에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관여한다. 그는 “압타머와 결합한 뉴클레오린이 세포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압타머에 붙어 있던 약물이 방출된다”며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다”고 했다.
압타바이오는 혈액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1·2상을 올해 시작할 예정이다. 췌장암 방광암 등 고형암도 목표로 하고 있다.
당뇨병성 신증, 황반변성,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등 당뇨합병증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효소인 NOX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혈당이 높아지면 특정 장기조직에 NOX가 대량 분비되면서 활성산소가 생성된다. 이 대표는 “활성산소가 혈관을 손상시키면 염증이 생기고 섬유화가 진행된다”며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NOX를 생성하는 단백질에 결합해 기능을 억제한다”고 했다.
NOX 저해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프랑스 젠큐텍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7종의 NOX 중 젠큐텍스는 2종만 저해하지만 우리는 모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뇨병성 신증과 NASH는 임상 2상, 습성 황반변성은 임상 1·2상을 올해 시작한다.
압타바이오는 삼진제약에 2016년 혈액암 치료제 압타-16을, 지난해 황반변성 치료제를 기술이전했다. 미국 바이오기업 호프바이오사이언스에도 2016년 췌장암 치료제 압타-12를 기술이전했다. 이 대표는 “올해 글로벌 기술수출을 추가로 두 건 성사시키고 면역항암제 등으로 파이프라인 구성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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