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이젠 밥 먹으러 간다…주52시간에 '카밥족' 증가

입력 2020-02-17 17:13   수정 2020-02-18 03:49

불고기 크림리조토, 쉬림프 로제파스타, 볼로네제 라자냐….

레스토랑 메뉴가 아니다. 요즘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식사 메뉴다. 카페는 이제 단순한 만남의 장소라기보다 업무와 공부, 휴식 등을 위한 공간이 됐다. 머무는 시간이 늘고 카페 수가 증가하면서 카페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 이디야커피 등 카페는 물론 디저트 브랜드까지 ‘한 끼’가 되는 메뉴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빙수 브랜드 설빙은 17일 전국 10개 지점에서 ‘눈꽃볶음밥’ ‘짜장게티’ ‘로제 파스타’ 등과 같은 식사 메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피스 상권의 점심을 공략

카페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카밥족’은 지난해 크게 늘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확산되면서 카페에서 식사한 뒤 일을 하거나,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려는 사람들이 카페로 몰렸다. 그동안 ‘모닝세트’를 주로 판매하던 카페는 아침은 물론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잘 판매되는 메뉴를 대거 내놨다. 이들 식사 메뉴가 카페엔 고객 1인당 구매 단가를 높여주는 효자 상품이 됐다.

카페 메뉴를 가장 앞서 선보인 건 할리스커피다. 카페에서 오래 머무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2017년 ‘할리스 플레이트’라는 이름으로 밥 메뉴인 그라탕과 리조또, 라자냐 등을 선보였다. 식사 메뉴에 음료를 함께 마셔도 1만원 안팎이어서 학생과 직장인은 물론 ‘혼밥족’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할리스커피의 지난해 음료 외 사이드 메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급증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이 시장을 키웠다. ‘밀박스’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8월부터 하루종일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 파스타와 샌드위치 등으로 구성된 밀박스 5종과 샐러드가 중심이 된 밀박스 5종 등 10종은 지금까지 2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밀박스 주요 소비층은 20~30대로 오피스 상권에서 유독 많이 팔렸다”며 “전체 매출의 30%가 광화문, 강남역, 여의도 등 오피스 상권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아침 시간대(26%)보다는 점심 시간대(30%)에 많이 판매됐다. 저녁 시간대 판매 비중도 18%에 달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스쿠찌는 이탈리아 정통 커피 브랜드에 걸맞은 델리 메뉴를 앞세웠다. 최근에는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갓 만든 포카챠 빵에 각종 토핑을 얹어먹는 포카챠와 따뜻하게 데워먹는 샌드위치인 파니니 등은 오피스 상권에서 점심 때 줄을 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리 쉽고 냄새 적은 메뉴 인기

카페에서 판매하는 식사 메뉴는 매장 내 조리가 쉽고 빨라야 한다. 또 ‘커피 냄새보다 음식 냄새가 더 강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음료만 마시는 다른 소비자로부터 불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카페의 식사 메뉴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거나 센 불에서 조리해야 하는 아시아 음식보다 파스타, 샌드위치 등 유럽식 먹거리 비중이 높다. 소형 오븐, 전자레인지에 5~10분 정도만 조리하면 완성할 수 있도록 간편식(HMR) 형태로 매장에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커피처럼 머그컵에 담아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수프 메뉴도 늘고 있다. 이디야커피는 컵수프와 옥수수 라떼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대체할 만한 메뉴를 내놨다. 스타벅스도 지난해 말부터 트러플 머쉬룸 수프를 비스킷에 찍어 먹는 신메뉴를 내놓는 등 간단한 식사 메뉴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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