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NH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상무)이 지난해 국내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부문 ‘올해의 딜 메이커’로 선정됐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이 지오영을 인수(거래금액 1조1000억원)할 때 5200억원의 인수금융을 단독으로 주선하며 2019년을 시작했다. 한온시스템 리파인내싱(2조2000억원), 홈플러스 리파이낸싱(2조1500억원) 등 조단위 리파이낸싱 거래까지 싹쓸이하며 지난해 국내 M&A 인수금융 시장을 장악했다.
인수금융은 인수대상 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것으로 과거에는 보조적인 역할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대출상환이 되지 않아 인수금융 대주단이 회사 경영 및 매각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면서 전문성이 크게 강화돼 왔다. 회사의 기업가치 및 성장성, 경영 상태를 점검하는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 상무는 인수금융 분야 최고의 실력자 중 한 명이다. 국내 인수금융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오영 인수는 블랙스톤이 국내서 단독으로 실시한 첫 경영권 인수 거래였다.
NH투자증권과 블랙스톤은 지오영 투자 1년 전부터 협업을 해왔다. NH투자증권은 블랙스톤에 국내 투자 환경 및 회사 정보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조언을 해주며 거래 성사를 도왔다. 전체 인수금액 1조1000억원 중 블랙스톤은 52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는데, NH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주선하며 힘을 보탰다.
지난해 깜짝 딜로 주목받았던 유니슨캐피탈의 3차원 스캐너 전문업체 메디트 인수에서도 김 상무는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담당했다. 메디트 인수전 초기에 유니슨캐피털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다. 글로벌 최고의 PEF라고 불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등이 경쟁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력에서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 PEF에 경쟁력 있는 국내 스타트업이 넘어가는게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김 상무는 유니슨캐피탈이 공차 등을 인수한 뒤 회사를 키워 매각해 큰 차익을 보는 일련의 과정을 분석하면서 유니슨캐피탈이야말로 누구보다 메디트의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했다. 과거 NH투자증권이 메디트의 기업공개(IPO) 등을 준비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다.
김 상무는 인수금융 주선사로서는 이례적으로 M&A 과정에서 매니지먼트 프레젠테이션 등에 참여하며 메디트의 성장 가능성을 점검하는 과정도 거쳤다.
김 상무는 인수자, 인수대상 매물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한 뒤 유니슨캐피탈을 전적으로 지원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인수금융뿐만 아니라 지분투자까지 하겠다는 판단을 내리는 등 전격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했던 유니슨캐피탈은 회사 인수 후 성장 전략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매도자들도 자금 걱정없이 회사를 잘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유니슨캐피탈을 선택했다. 김 상무의 지원으로 유니슨캐피털은 바이아웃(경영권 인수거래) 펀드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맞았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김연수 상무는 신속한 상황판단과 뛰어난 아이디어를 통해 급박한 인수전 상황에서 승리를 찾아가게 도와주는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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