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서울 중림동 종로학원에서 재수시절을 보냈던 김모씨는 최근 근처를 지나다가 깜짝 놀랐다. 학원이 있던 자리에 건물은 없어졌고, 그 자리에 크레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해보니 종로학원은 신촌으로 옮겼고 그 자리에는 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소식이 떴다. 그는 과거 추억이 있던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서울에서 비거나 방치되고 놀던 땅들에 상가를 낀 오피스텔들이 틈틈히 들어가고 있다. 다른 사업장을 유지하는 것보다 오피스텔을 지어서 분양하는 게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높아져서다. 1~2인 가구가 늘고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고 있는 수요자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집값이 급등하면서 오피스텔에 대한 투자부담이 줄어든 것도 이유다.
앞서 예였던 종로학원 자리에는 쌍용건설이 576실로 구성된 오피스텔인 '쌍용 더 플래티넘 서울역'을 분양할 예정이다. 전 호실이 복층으로 구성된다. 서울지하철 2호선과 5호선 환승역인 충정로역 과 가깝고 서울역 펜타역세권(1호선, 4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KTX)도 이용하기 편리하다.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땅에도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피앤에스디벨롭먼트가 시행하고 힘찬건설이 시공하는 ‘고척 헤리움 더원’(242실)으로 구로구 고척동 76-14 일원에 들어선다. 수도권 전철 1호선 구일역까지 도보 10분 거리 정도다.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의 접근성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기존에 저층으로 지어졌던 상가 자리도 상가와 오피스텔이 복합되는 건물로 신축된다. 상가의 임대료는 오르는 반면, 임차인들은 경기침체로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임대인은 원하는 만큼 임대료를 받기 어렵고, 임차인도 힘들어지면서 아예 건물을 매각하는 경우다. 상가 자리는 역세권이나 배후에 업무지역을 끼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그만큼 오피스텔의 수요가 많은 곳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만나는 양재역 5번 출구 바로 앞에서는 한국자산신탁이 ‘써밋파크’ 오피스텔을 분양할 예정이다. 120실로 조성되는 이 오피스텔 자리는 과거 소고기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이 있었다. 건물이 2018년 매각됐고 식당이 철거됐으며, 이제는 오피스텔이 들어서게 된다.
'해주냉면'으로 유명했던 송파구 잠실동 183-4번지 자리에도 오피스텔이 들어선다. 해주냉면은 지난해 근처로 이전했다. 원래 있던 자리에는 쌍용건설이 192실의 ‘쌍용 더 플래티넘 잠실’ 오피스텔을 짓는다.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이 가깝다. 인근에 9호선 환승이 가능한 종합운동장역도 있다.
아직 사업자가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강남역 부근에서 서초사리원과 베트남 쌀국수 맛집이 있었던 건물도 오피스텔로 탈바꿈될 예정이다. 주변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이 건물은 지난해 8월 420억원에 매각됐다. 맛집으로 유명했던 이 식당들은 모두 철거를 마친 상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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