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부터 건물 투자
카사코리아의 공동 창업자인 예창완 대표(사진)는 18일 “‘커피 한 잔 값으로 오피스빌딩 지분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사업을 구상했다”며 “기존에도 고액 부동산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품으로 개발돼 거래되고 있지만 일반투자자가 진입하기엔 문턱이 높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서른 살인 예 대표는 민족사관고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개발자 출신이다.
부동산에 간접 투자하는 상품인 리츠는 특정 회사가 대표로 투자를 받은 뒤 여러 건물에 나눠 투자하고 개발 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카사코리아는 개별 건물에 직접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다르다. 카사코리아가 내달 내놓을 앱에서 상장한 건물을 보고 투자자가 가치를 판단해 원하는 건물을 고를 수 있다.
이런 거래는 카사코리아가 개발한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DABS)’과 ‘디지털 중개 플랫폼(거래소)’을 통해 가능하다. 건물 상장을 원하는 소유주가 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하면 감정평가법인에서 건물 가격 감정을 받은 뒤 건물의 소유권이 부동산 신탁회사로 넘어간다. 산정된 건물 가격을 바탕으로 은행과 신탁회사는 수익증권을 발행한다. 이후 거래소가 이 증권을 상장하면 일반투자자는 이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다.
투자자는 건물 지분 일부를 소유한 만큼 임대료와 건물 매각 시세 차익을 배당 수익처럼 분기별로 받는다. 일반투자자는 연간 최소 5000원~최대 2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연봉 1억원 이상의 소득적격투자자는 4000만원까지 가능하다. 전문투자자는 금액에 제한이 없다.
카사코리아의 부동산 거래소는 서울 지역 상업용 부동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 대표는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이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고 기술 운영을 함께한다”며 “플랫폼에 상장된 건물을 관리하고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것도 신탁사”라고 설명했다. 또 신한금융투자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개설을 지원하며 카사코리아와 거래원장을 공동 관리한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수익증권을 발행한 부동산신탁을 인수하고 플랫폼 이용자 계좌 개설도 나선다.
카사코리아가 시장의 주목을 끈 이유는 금전이 아니라 자산을 기반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예외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본시장법에 따라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 증권은 발행할 수 없었지만 카사코리아는 금융위원회의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되면서 최소 2년간은 각종 규제를 면제받는다.
카사코리아 측은 투자자들의 초기 수익률은 연 4% 안팎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예 대표는 “수익률을 더 높이려면 레버리지를 키우는 방법이 있겠지만 카사코리아는 금융 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안정성을 우선 추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소 구현
아직 정식 출시도 안 된 카사코리아의 플랫폼은 벌써 금융·부동산 투자업계 안팎에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소를 구현하면서 안정성·효율성 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기록·보관하면 되기 때문이다.
예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거래 시 청산·결제·예탁 등 과정에서 중앙 유관기관을 거칠 필요가 없다”며 “네트워크 참여자가 공동으로 거래 정보를 검증하고 기록·보관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엔 증권을 유통 발행하기 위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을 거쳐야 했다. 이미 미국 나스닥과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캐나다 토론토증권거래소, 호주 증권거래소 등 해외 거래소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이 같은 거래 플랫폼은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 파생될 가능성도 크다. 향후 자산거래시장의 지각변동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카사코리아는 상업용 부동산의 지분 거래로 시작했지만, 부동산뿐 아니라 각종 실물자산도 이런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다. 실제 비슷한 업체도 생겨나고 있어 시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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