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줬나…이재웅 등 1심 무죄

입력 2020-02-19 12:56   수정 2020-02-19 17:56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가 합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재웅 쏘카(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 모회사)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는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19일 여객자동차 운수 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의 선고기일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대표 등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11인승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이용해 면허 없이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을 하고, 자동차 대여사업자로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유상 여객운송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타다 서비스의 본질을 택시와 렌터카 중 무엇으로 볼 지였다.

법원은 타다를 렌터카라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타다 서비스를 "분 단위 예약으로 이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승합차를 빌리는 계약관계를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초단기 승합차 렌터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법원이 이용자와 쏘카 사이에도 법적으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다고 판단함에 따라 타다 이용자는 임차인이 아닌 승객이라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 부장판사는 "이용자는 호출을 통해 타다와의 임대차계약에 따라 초단기 렌트한 승합차를 인도받는 지위에 있을뿐 자동차운송계약에 해당하는 여객이 아니다"라며 "고전적 이동수단의 오프라인 사용관계에 기초해 처벌 조항과 적용 범위를 해석하고 확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법리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법원은 설령 타다 서비스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이재웅·박재욱 대표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대표 등은 국토교통부 담당공무원과 수시로 회의하고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타다 서비스 출시와 운영에 관해 협의했다"며 "국토교통부는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가진 '벅시'에 대해서 운전자 알선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재판 말무리에 박 부장판사는 "소비자 중에서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해서라도 혼자 타다를 호출하는 이용자가 늘었다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택시 등 모빌리티 산업의 주체들이 규제 당국과 함께 고민해서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에서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큰소리로 항의해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재판 직후 박 대표는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다"며 "새로운 기업으로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택시 업계와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모빌리티 생태계를 더 잘 만들어나가기 위해 이동약자나 택시업계와도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따로 발언하지 않았다.

검찰은 "고발인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을 심도있게 살펴 공소를 제기했다"며 "향후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기 성남 판교 등에서 스타트업 자문을 전문적으로 하는 김희제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타다 사건에서도 보듯이 행정관련 법령은 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이 있어 그 구조가 복잡한 편"이라며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일수록 미리 사업 모델의 적법성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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