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공구·건자재유통 진출 논란 '재점화'

입력 2020-02-19 18:05   수정 2020-02-20 00:59

3년 전 유진그룹과 충돌했던 산업용재 도소매업 소상공인들이 논란을 재점화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데다 양측 간 법정 다툼이 대법원(상고심)으로 올라가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산업용재협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인테리어경영자협회, 한국베어링판매협회 등은 1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성명서를 내고 ‘에이스 홈센터’라는 종합 공구·건자재 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유진그룹을 규탄했다.

사연은 이렇다. 유진그룹의 계열사 EHC는 2017년부터 전동드릴 등 각종 공구와 건축자재, 생활자재 등을 다루는 한국판 ‘홈데코’ 유통업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상품군을 갖춘 미국의 ‘에이스 하드웨어’라는 업체와 제휴관계도 맺었다.

그러나 1호점이 들어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멀지 않은 시흥유통상가의 관련 업계 소상공인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업조정심의회를 열어 유진그룹의 홈센터(사진) 개점을 3년간 연기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EHC 측은 중기부의 사업조정안에 대해 집행정지신청을 냈고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법원이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하면서 EHC는 일단 2018년 6월 금천점을 시작으로 서울 목동과 용산, 경기 일산에 총 4개 매장을 내고 영업해왔다. 중기부 장관을 피고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선 지난해 1·2심 모두 승소했다. 올해 안에 매장 수를 5개(퇴계원 신규 출점)로 늘릴 계획이다.

신찬기 한국산업용재협회장은 “공구와 인테리어업계 소상공인 수가 20만 명(2015년 기준)에 달한다”며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야 할 판에 준대기업인 유진그룹이 법적 판단을 빌미로 중소상인을 다 죽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신 회장은 “1·2심 패소는 영세 상인들이 피해 규모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유진그룹과 달리 영세한 업계는 법적 싸움도 쉽지 않지만 그보다 공생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유진그룹 측은 “스스로 고치고 만드는 ‘DIY 시대’에 인테리어 자재부터 공구·철물·생활용품 등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매장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미 다른 업체들도 진출해 대형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대형 마트에서도 공구 등을 판매하는데 유진만 문제 삼는다”는 입장이다. 실제 EHC의 ‘홈센터’사업은 매장을 낸 지 2년이 흘렀지만 아직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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