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조국 선거' 논란에 격화되는 '공천 내홍'

입력 2020-02-19 17:16   수정 2020-02-20 01:39


공천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친(親)조국’ 인사인 김남국·김용민 변호사의 출마로 ‘조국 수호’ 논란이 벌어진 와중에 당내에서 ‘청와대 공천 개입설’까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몇 분이 더 용단을 내려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부 현역 의원에게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사실상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본회의장에서 오제세 문자 공개

4선인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19일 “노영민 실장 보좌관 출신이 지역구를 바꿔 갑자기 나타나 4선 의원을 아무 결격사유 없이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건 국민이 용납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일”이라며 동료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 의원 지역구인 충북 청주서원에서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이장섭 전 충청북도 정무부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보좌관을 지낸 이 전 부지사는 당초 노 실장 지역구였던 청주흥덕 출마가 예상됐다. 오 의원은 “기어이 오제세를 컷오프(공천 탈락)시키려 한다. 오만한 권력이 눈이 멀었다”고 잇따라 문자를 보냈다. 오 의원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전 부지사는 지역구 권리당원 하나 없다. 갑자기 지역을 바꿔 공천을 신청한 배경이 뭐냐”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청주서원의 전략공천 여부를 검토 중이다.

“조국 선거는 안돼”

조국백서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김남국 변호사가 금태섭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 의사를 고수하면서 불거진 ‘조국 수호’ 논란에 민주당 의원들의 동요도 이어졌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정봉주, 김의겸, 문석균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을 절감하고 잘 작동했던 당의 균형 감각이 최근 갑자기 흔들리는지 모르겠다”며 “국민들에게 오만과 독선, 아집으로 비칠 수 있는 일은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도 회의에서 “스스로 정치 영역에서 청년의 정신을 실현해왔는지 되물어보길 권한다”며 김 변호사를 비판했다. 이날 언론에 노출된 민주당 의원의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서도 이번 총선이 ‘조국 대전’으로 치러지는 데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한 의원은 “(조국 사태는)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 정서와 어긋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 지도부의 빠른 결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남국, 강서갑 출마 재확인

김남국 변호사는 서울 강서갑에 공천을 공식 신청했다. 김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비겁하게 ‘조국 수호’ 프레임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며 금 의원을 겨냥했다. 이어 “많은 국민과 저희 민주진보 진영의 당원들은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으로 읽고 이해한다”며 “금 의원은 검찰 개혁에 반대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변호사는 전날 “청년 도전을 막지 말라”며 조국 수호 프레임을 피했지만 하루 만에 ‘조국 수호’ 입장을 적극 밝히고 나섰다.

반면 또 다른 친조국 인사로 분류된 김용민 변호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인연은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위촉장 한 장 받은 게 전부”라며 선을 그었다. 김 변호사는 경기 남양주병에 전략공천돼 ‘조국 저격수’로 불리는 검사 출신 주광덕 미래통합당 의원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정재호 민주당 의원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고양을을 전략지역으로 분류한 결정에 반발해 재심을 신청하기로 했다.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불편한 신체를 문제 삼아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강령과 당헌을 위배한 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심을 신청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018년 9월 과로에 따른 뇌출혈로 쓰러진 뒤 지난해 5월 복귀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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