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 맞춰 2011년 폐지된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부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특별금융지원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지난 13일 개최된 ‘코로나19 대응 대통령과 경제계의 간담회’에서 제시된 경제계의 16개 건의사항을 모두 수용키로 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런 수준으로 비상 경제 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위기 극복을 위한 ‘비상한 처방’이라기보다는 재정을 동원한 임시 땜질이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어떠한 제한을 두지 말고 예상을 뛰어넘는 정책적 상상력을 발휘해 달라”고도 했다. 그러려면 과감한 개혁으로 부진의 늪에서 탈출한 주요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게 ‘비상한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과도한 복지와 친노동 기조로 ‘유럽의 병자(病者)’ 소리를 듣던 프랑스가 어떻게 되살아났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같은 시기인 2017년 5월 취임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그가 걸어온 길은 문 대통령과는 정반대였다. 문 대통령이 탈(脫)원전, 친노동 등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동안 마크롱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노동 유연성 강화를 밀어붙였다. 부유세를 폐지하고, 법인세와 소득세를 동시에 내리는 감세조치도 사회주의적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프랑스의 지난해 경제성장률(1.3%)은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통하는 독일(0.6%)을 웃돌았다. 작년 4분기 실업률(8.1%)은 11년 만의 최저다. 반면 한국은 재정을 퍼부어 지난해 성장률 2.0%에 가까스로 턱걸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성장률이 한국보다 낮았다는 점을 들어 마크롱의 성과를 폄하한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갓 넘어선 한국과 장기간 3만달러 이상을 유지한 프랑스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수침체 반전을 위해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려는 참에 어제는 대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최악의 경기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것은 취임 후 3년 가까이 이어온 반(反)시장 정책들과 결별할 수 있는 용기다. 현실에서 파탄 난 공약들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역발상만이 위기의 한국호(號)를 구하는 근본 해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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