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누르니 수원 '급등' 지속…정부, 뒤늦게 대책 발표

입력 2020-02-20 14:00   수정 2020-02-20 14:39


경기 아파트 매매값이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수도권 비규제지역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각종 호재가 예정된 수원과 용인 등의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는 뒤늦게 규제지역 추가 지정에 나선다.

20일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17일 기준)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0.42% 올라 지난주(0.39%)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경기 지역 집값은 6주 연속 상승중이며, 상승폭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8주 연속 상승세가 멈추거나 둔화하며 이번주에도 0.01% 오르는 데 그친 서울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서울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는 이번주 아파트 매매가격이 0.08% 떨어져 지난주(-0.05%)보다 내림폭을 확대했다. 지난달 하락세로 전환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강남구는 급매물이 나오면서 0.10% 하락했고 서초(-0.07%), 송파(-0.12%), 강동(0.00%) 역시도 약세를 보였다.


이번주도 수원이 수도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수원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번주 1.81% 뛰었다. 전주(2.04%)에 비해 상승폭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원 권선구(2.46%)는 신분당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있는 금곡·호매실동 위주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팔달구(2.13%)는 재개발 이슈가 있는 매교역(팔달8구역)과 화서역 인근 중저가 단지 위주로 집값이 뛰었다. 영통구(1.83%)는 광교중앙·망포역 역세권 위주로 아파트값이 강세다.

수원은 지난 12·16 대책 이후 8% 이상 집값이 급등했다. 수원 금곡동 ‘호반 베르디움 더퍼스트’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이달 초 7억6000만원에 거래돼 올 초(5억7800만원)에 비해 약 2억원 뛰었다. 수원 장안구 ‘화서역 파크푸르지오’ 전용 84㎡ 분양권도 지난 18일 10억9040만원(28층)에 실거래됐다. 9일 최고가인 10억5025만원보다 4000만원 뛰었다.

용인(0.76%)의 강세도 계속되고 있다. 수원과 함께 '수용성(수원·용인·성남)'으로 꼽히는 용인은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우수해 수요가 많다. 성복역 인근 단지와 상현동 아파트 값이 크게 뛴 수지구(0.87%)와 신분당선 수혜 지역으로 꼽히는 상갈동이 있는 기흥구(0.92%)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감정원 관계자는 "비규제지역과 다양한 교통호재가 수도권 지역의 강한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집값이 과열 양상을 빚자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도 규제를 검토하고 나섰다. 이날 오후 정부는 작년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나타난 풍선효과를 막기 위한 추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다. 최근 집값이 급등세를 보인 수·용·성 중 현재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수원 권선·영통·장안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과열 지역을 선별해 규제하는 핀셋 대응이다.

조정대상지역은 집값 상승률이나 청약 경쟁률이 높아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정한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 가능 규모가 줄어들고 양도소득세도 중과된다.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올랐다. 12·16 대책의 여파로 상승폭은 매주 줄거나 정체되는 추세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4구(-0.05%→-0.08%)의 집값이 하락하면서 서울 아파트 값 전체를 끌어내렸다. 강남권에서는 개포동 개포주공7단지나 잠실 장미아파트 등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급매물 거래되며 하락폭을 키워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그간 가격이 급등했던 신축 아파트도 매물이 많이 나오며 가격이 내리는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주(0.05%→0.04%) 오름폭을 축소했다. 중저가 지역이나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여전히 매물이 부족하긴 하지만, 대규모 신규 입주가 예정된 일부 지역이 하락하며 상승세를 제한했다. 감정원 측은 "3000가구가 넘는 '목동 센트럴 아이파크' 입주를 한 달여 앞둔 양천구(-0.03%)가 하락 전환한 여파가 컸다"고 설명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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