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美 셰일기업, 줄도산 임박

입력 2020-02-20 14:48   수정 2020-02-21 01:13

미국 셰일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금줄이 마르고 있어서다. 이 와중에 860억달러(약 103조원) 규모의 채무 만기도 돌아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19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내고 “미국 셰일 업계가 올해부터 2024년 사이 갚아야 할 부채 규모가 860억달러 수준인데, 이 가운데 60% 이상이 상환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기간 도산하는 셰일 기업이 많을 것이란 의미”라며 “회사채 만기 도래는 2022년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국제 유가가 너무 낮게 유지되는 게 직격탄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셰일 기업들의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60달러 안팎인데, 국제 유가는 계속 이 수준을 밑돌고 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따른 중국발 수요 둔화와 주요 산유국의 추가 감산 실패 등으로 유가가 더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올 들어 13% 가까이 내렸다. 또 세계적으로 예년보다 온화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크게 줄었다. 그 결과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달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은행들은 셰일업계를 상대로 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제 유가가 3분의 1 토막 나면서 은행들이 셰일업계의 장래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해 말 29개 셰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지난 10년 동안 매출보다 지출이 1120억달러(약 132조원) 더 많았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의 라울 르블랑 애널리스트는 “셰일업계는 외부 자금을 빌릴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셰일업계의 위기는 자신들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셰일석유 생산량 증가로 인한 공급 과잉이 국제 유가의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미국의 연간 셰일석유 생산량은 2008년에 비해 약 16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셰일가스 생산량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약 8% 더 많은 1320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미국산 천연가스 생산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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