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세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손이 제일 많이 닿는 곳은 출입문 손잡이다. 최근 중국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의 집안 문손잡이에서 이 바이러스의 핵산이 발견됐다. 미국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한 회사의 출입문 손잡이에 묻은 바이러스가 4시간도 안 돼 거의 모든 직원의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 엘리베이터 버튼 등으로 퍼졌다.
버스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에도 온갖 병균이 묻어 있다. 공중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손을 대고 기침을 한 뒤 무심코 손잡이를 만지기 때문에 호흡기 관련 세균이 많다.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빌딩·여객선의 난간도 세균 온상이다.
평소에 자주 가는 대형마트의 카트를 비롯해 현금지급기, 터치스크린, 무인주문기 등 조심해야 할 곳이 너무나 많다. 열차와 시외버스 승차권발매기, 병원 대기번호표 발행기, 헬스장 러닝머신과 역기의 손잡이 또한 땀과 세균으로 얼룩져 있다. 틈만 나면 꺼내는 휴대폰과 이어폰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들은 다중이용시설의 손잡이나 버튼을 이용할 때 손끝 대신 손가락을 구부린 바깥쪽, 손등, 팔꿈치를 쓰라고 권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셀프 백신’으로 불리는 손 씻기다. 손은 비누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야 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생일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를 때까지 손을 씻으라고 안내한다. 어릴 적 추억을 살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여러 번 읊조리든지 가족과 이웃의 이름을 차례로 떠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옛날에는 오염된 물에 의한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많았지만 요즘은 손에 의한 ‘수인성(手因性)’이 문제다. 신종 코로나 등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을 막는 최고의 방패 역시 손이다. 기업들도 이참에 출입문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 사무용품 등의 소독을 정례화하는 게 좋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