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세균 온상' 손잡이와 버튼

입력 2020-02-20 18:34   수정 2020-02-21 00:19

사람은 3분에 한 번꼴로 얼굴에 손을 댄다. 한 시간에 20회가 넘는다. 무의식중에 코와 눈, 입을 만지는 손은 감염병을 옮기는 주요 매개체다. 문을 열 때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를 때, 마스크를 쓸 때 손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코·입의 점막을 통해 침투한다. 심각한 역병뿐만 아니라 일상의 독감 바이러스, 대장균, 포도상구균까지 전파한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는 세균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손이 제일 많이 닿는 곳은 출입문 손잡이다. 최근 중국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들의 집안 문손잡이에서 이 바이러스의 핵산이 발견됐다. 미국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한 회사의 출입문 손잡이에 묻은 바이러스가 4시간도 안 돼 거의 모든 직원의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 엘리베이터 버튼 등으로 퍼졌다.

버스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에도 온갖 병균이 묻어 있다. 공중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손을 대고 기침을 한 뒤 무심코 손잡이를 만지기 때문에 호흡기 관련 세균이 많다.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빌딩·여객선의 난간도 세균 온상이다.

평소에 자주 가는 대형마트의 카트를 비롯해 현금지급기, 터치스크린, 무인주문기 등 조심해야 할 곳이 너무나 많다. 열차와 시외버스 승차권발매기, 병원 대기번호표 발행기, 헬스장 러닝머신과 역기의 손잡이 또한 땀과 세균으로 얼룩져 있다. 틈만 나면 꺼내는 휴대폰과 이어폰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들은 다중이용시설의 손잡이나 버튼을 이용할 때 손끝 대신 손가락을 구부린 바깥쪽, 손등, 팔꿈치를 쓰라고 권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셀프 백신’으로 불리는 손 씻기다. 손은 비누로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씻어야 한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생일축하 노래’를 두 번 부를 때까지 손을 씻으라고 안내한다. 어릴 적 추억을 살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여러 번 읊조리든지 가족과 이웃의 이름을 차례로 떠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옛날에는 오염된 물에 의한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많았지만 요즘은 손에 의한 ‘수인성(手因性)’이 문제다. 신종 코로나 등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을 막는 최고의 방패 역시 손이다. 기업들도 이참에 출입문 손잡이와 엘리베이터 버튼, 사무용품 등의 소독을 정례화하는 게 좋겠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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