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52·사진)는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생충’은 비영어 작품 최초로, 곽 대표는 유색인 제작자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10일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직후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나흘 연속 20%대로 상승했다. 북미지역 영화 흥행에도 탄력이 붙어 20일 현재 4499만달러(약 540억원)의 티켓 매출로 역대 비영어 영화 4위에 올랐다.
“‘기생충’이 수상한다면 우리뿐 아니라 아시아권, 비영어권, 비미국 영화인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세계에 의미 있는 자극이 될 것이라고요. 그런데 아카데미 회원들이 상을 주다니 너무 놀랐고 기뻤어요.”
지난달 초 미국에 갔을 때 그는 영어를 못해 문화적으로 주눅이 든 상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기생충’에 대한 미국인들의 진심을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영화인들은 여러 시상식장에서 우리 테이블에 와 과하다 싶은 표정으로 반갑게 악수를 청했어요. 처음에는 ‘이상해. 왜 이러지?’ 했는데 계속 그러더군요. ‘기생충’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서로가 국적을 떠나 영화에 대한 동질감을 느꼈어요. ‘영화의 가치와 존재, 힘을 느끼는 미국인이 많구나,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번 수상이 한국과 아시아 영화인들에게 이미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강호 배우가 등장하는 다른 영화들에 대해 미국인들이 궁금해하기 시작했어요. ‘살인의 추억’ 등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 수출 상담도 재개됐고요. 인터넷에는 ‘기생충’이 좋다면 이것도 보라는 리스트가 속속 올라오고 있어요.”
한국계 미국 배우 산드라 오 등이 ‘기생충’ 수상에 기뻐하던 장면을 그는 돌이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간 미국에서 차별받았던 아시아계 배우들의 자존감과 자긍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 작품상 수상 소감을 밝힌 데 대해서도 거듭 해명했다.
“원래는 저와 봉 감독, 책임프로듀서인 이미경 부회장 순으로 소감을 발표하기로 했어요. 제가 현장의 스태프를 대표한다면 이 부회장은 투자배급사인 CJ를 대표하는 사람이니까요. 봉 감독은 이미 세 차례나 수상 소감을 말한 터라 사양해 이 부회장이 연단에 오른 것이죠.”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