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고기' 세계 첫 출시 경쟁…가축 사육 대신 세포 배양

입력 2020-02-21 17:30   수정 2020-02-22 00:53


가축을 사육하지 않고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생산하는 이른바 ‘실험실 고기’ 제품 출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소량의 실험용 고기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생산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 매체 쿼츠를 비롯한 다수의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의 고기 연구회사 멤피스미트는 지난달 22일 1억6100만달러의 투자 유치를 확정했다. 이 회사는 이 돈을 배양육 공장을 짓는 데 쓸 계획이다.

멤피스미트는 인도 출신 의사 우마 발레티가 2015년 설립한 회사다. 심장학을 전공하고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심장 근육을 재생시키는 연구를 하다가 세포 배양으로 고기를 생산하는 아이디어를 얻은 뒤 진로를 전환했다. “어린 시절 끔찍한 도축 장면을 목격한 뒤 기존 도축 방식을 바꿀 수 없을까 고민했던 경험이 진로를 변경한 이유 중 하나”라고 발레티 최고경영자(CEO)는 밝혔다.

멤피스미트는 신설 공장이 어떤 설비를 갖출지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배양 세포를 키우는 핵심 시설인 바이오리액터의 용량과 규모는 비밀에 부치고 있다. 다만 소비자에게 선보일 첫 제품은 다른 육류와 섞지 않은 100% 실험실 배양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레티 CEO는 “최초의 배양육을 생산하는 것보다는 최고의 제품을 내놓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멤피스미트보다 앞서 실험실 고기 공장을 세운 업체도 있다. 이스라엘의 퓨처미트테크놀로지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행정수도 텔아비브 남쪽에 있는 르호봇에 994㎡(약 300평)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 이 회사는 이곳에서 실험실 배양육을 일반 고기나 식물성 고기와 섞은 제품을 생산할 예정인데, 내년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식물성 계란으로 유명한 저스트도 지난해부터 실험실 고기 생산시설을 마련해 시제품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실 고기 판매에 대한 걸림돌도 없진 않다. 공장 건설 및 제품 판매 등에 관한 규정이 아직 없는 상태다. 발레티 CEO는 “공장을 지은 뒤 시설을 공개해 우리가 얼마나 고품질의 세포를 다루는지, 얼마나 깨끗하게 공장을 운영하는지 알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육류업체들의 반발도 넘어야 할 벽이다. 대체 육류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들은 정·관계 로비를 통해 실험실 고기업체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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