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집권 후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두 보좌관을 뒀다. 전문성이 필요한 ‘과학기술’과 ‘경제’ 분야에서다. 취임 한 달 뒤에는 과기보좌관실을 신설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국가 과학기술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이었다. 과학계는 실망했다. 전권이 실린 ‘수석급’이 아니라 모호한 위상의 ‘보좌관’ 자리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이다.
과기보좌관은 수석보다 파워가 부족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관할해야 했다. ‘늘공(직업 공무원)’들을 움직이기에 한계가 뚜렷했다. 과학과 거리가 먼 청와대 참모들을 설득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업무에 비해 초라했던 조직을 키우려 올 들어서야 겨우 디지털혁신비서관 자리를 신설했다.
작년 2월 문재인 정부 두 번째 과기보좌관에 임명된 이공주 보좌관은 자신의 마지막 출근날인 20일 “청와대에 들어와 보니 모두 단기와 초단기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속도감에 여러 성과를 냈다고 말을 보탰지만 대통령 임기에 맞춘, 청와대의 근시안적인 과학기술정책에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3년차였지만 과학기술계에 반영된 예산도 실망스러웠다. 이 보좌관은 “전체 국가 예산이 8~9% 정도 증가하면 과학기술 예산은 절반 수준인 4.4%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꼬집었다.
총선 출마를 사유로 청와대를 떠난 주형철 전 경제보좌관의 자리는 한 달 넘게 채워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대외전략의 핵심인 신남방·신북방정책을 전담하는 자리지만 ‘수장’이 없는 탓에 진도가 안 나간다는 토로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경제보좌관’이라는 거창한 이름과 달리 정작 하는 일은 크지 않다. 경제수석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제보좌관의 역할은 신남방·신북방정책으로 자연스럽게 국한됐다. 관할해야 하는 부처도 없다. 외부에서도 “하는 일에 비해 ‘명함’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그 어떤 조직보다 유연해야 한다. 당장 후임자를 찾기보다 정말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보좌관의 이름을 달았지만 그들의 빈자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이 최근 정부 부처에 강조하고 있는 ‘상상력’을 청와대 직제에도 적용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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