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절반 이상이 신천지 관련자
대구·경북지역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는 신천지대구교회 신도였다. 그는 9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예배에 참석했는데 당시 함께 예배를 본 사람이 1001명이나 된다.
대구시는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100여 명은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또 파악된 800명 중 미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이 134명이나 돼 추가 확진자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지역 신천지교회 신도 8000여 명에 대해 전수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43명의 확진자를 비롯 당시 예배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동선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방역 활동이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선이 드러난 31번 환자만 하더라도 20일까지 접촉자가 1160명이나 된다. 동선이 추가로 드러나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짐작할 수 없다.
31번 확진자와 함께 예배에 참석한 신도 중 대구·경북 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5명이다. 서울과 경기에 각각 2명이 살고 있으며 1명은 영남권 거주자였다. 경기 과천시에 따르면 신천지 본부격인 과천 총회본부 소속 신도 중 6명이 31번 확진자와 함께 예배를 봤다. 이 중 과천 거주자 1명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직 검사를 받지 않았다.
잦은 신체 접촉이 감염 가능성 키워
신천지교회 신도들의 감염률이 높은 데 대해서는 예배 당시 신체 접촉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도들이 빈틈없이 붙어 앉아 노래를 부르고 큰소리로 ‘아멘’을 연이어 외치는 등의 행위가 감염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신천지대구교회를 다녔다는 한 신도는 “매주 금요일 오후 건물 지하 1층에서 기도회가 열리는데 약 1500명의 신도가 노래를 부르고, 어깨동무 하는 일이 잦다”고 설명했다. 또 신천지대구교회는 예배가 끝난 뒤 8층 예배당에서 1층까지 15~20분 동안 20~30㎝ 간격으로 신도들이 밀집된 상태에서 함께 이동한다. 예배 후엔 신도들이 별도 소모임에서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나눠 먹는 등의 접촉을 하는 까닭에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신천지교회는 이와 관련, “건축허가를 받지 못해 좁은 공간에서 수용 인원을 최대화하기 위해 바닥에 앉아 예배를 드린 것”이라며 “이를 ‘독특한 예배방식’이라며 ‘코로나19 감염의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신천지예수교회 측은 이날 총회본부를 비롯한 모든 교회와 관련 장소에서의 예배 및 모임, 전도활동 등을 일절 중단하고, 전국 모든 교회와 부속건물의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천지예수교회는 1980년대 초 이만희 씨가 창설한 개신교계 교단이다. 전국에 약 20만 명에 달하는 신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에 12개 지파가 있으며 대구·경북지역 신도는 약 1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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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박진우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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