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코로나19 경계수준 '심각' 단계로 올려야" 한목소리

입력 2020-02-20 08:29   수정 2020-02-20 10:17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함에 따라 박원순 서울 시장이 감염병 위기단계를 격상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종합대책회의를 열고 "중앙정부에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단계로 격상할 것을 실무적으로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서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상향하면 정부와 자치구, 민간의료기구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소 요양병원의 발열 감시체계를 마련한다거나 폐렴 환자 전수조사, 각 병원의 선별진료소는 민간 의료기관의 협력이 절대 필요한 상황"이라며 "민간 의료기관이 겪게 되는 비용 지출이나 어려움에 서울시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에서 발생한 40번째 확진자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고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도 확인되지 않았다. 감염경로가 묘연한 종로구 거주 노부부가 29·30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지 2~3일 만이다.

해외 감염병 대응체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네 단계로 나뉜다. 현재는 경계 수준이다. 지난달 20일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오자 관심에서 주의로, 확진환자가 4명으로 늘어난 27일 경계로 상향했다. 위기경보를 경계로 높인 것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한 이후 처음이다.

감염병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르면 위기경보 관심 단계는 해외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 유행하거나 국내에서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이 발생한 경우 발령된다. 주의 단계는 해외 신종 감염병의 국내 유입,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이 제한적으로 전파되는 상황으로 질병관리본부에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설치 운영되며 모니터링과 감시가 강화된다.

경계 단계는 국내 유입된 신종 감염병의 제한적 전파,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 내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지속적인 운영, 보건복지부 내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및 운영, 필요시 총리주재 범정부 회의 개최 등이 주요 대응 활동이다.

가장 높은 심각 단계는 국내 유입된 해외 신종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 또는 전국적 확산, 국내 원인불명·재출현 감염병의 전국적 확산이 나타날 경우 발령된다. 범정부적 총력대응과 필요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운영된다.

질병관리본부 측도 심각으로의 위기단계 조정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9일 정례브리핑에서 "심각으로의 위기단계 조정은 대구시, 종로구의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및 접촉자 발생과 감염경로에 대한 조사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기경보를 격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다수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추가 확진자 수가 많이 나온다면 (위기경보 격상을) 검토해볼 만하다"며 "(위기경보가 격상되면) 모든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 중에서도 일부 방역 단계에 지정된 병원들은 꼭 입원해야 할 분들을 제외한 다음, (코로나19)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체계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날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중국 전역 입국제한과 위기경보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전예방 원칙이란 과학적 근거가 불분명하더라도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위협에 대해 충분한 사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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