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곽신애 대표 "文 대통령 '간섭 않겠다' 의미는…" (인터뷰)

입력 2020-02-21 13:52   수정 2020-02-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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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중 나눈 이야기에 대해 언급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를 만났다. 앞서 곽 대표는 지난 20일 청와대로 초청돼 문 대통령 내외와 오찬에 참석했다.

오찬 메뉴인 짜파구리도 크게 화제가 됐다. 곽 대표는 "여러 코스 음식 중 하나로 김정숙 여사게서 파를 듬뿍 넣어 만들어 주셨다. 파가 잘 안팔려서 그렇다고 한다. 여태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었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화 산업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곽 대표는 "대통령은 일종의 기조에 관한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키노 기자 시절, 김대중 대통령이 후보였던 시기였다. 당시 대선후보들 캠프에 문서를 보내 영화에 대한 정책을 잡지에 게재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님도 선명하게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기조였다. 서로 민감한 이슈들이 있고, 이해관계들이 있다보니 잘 안풀리는 면도 있을 것이다. 바로 풀리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의 입장은 지원하고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씀해 주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생충' 이후의 영화계 변화에 대해 "그렇게 딱 달라 질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이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각 주체들의 몫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다양한 개성있는 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제작사라는 곳에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런 마음이다. 사실 서로 충돌하는게 많은데 각자의 입장에서 피해보는 경우가 있다. 서로 조율을 하며 나아가야 한다.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거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제작자로서 철학에 대해 곽 대표는 "제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작품을 하고 싶어하나, 체크해보면서 느낀 게 있다. 저는 단순히 오락적이거나 잠깐 즐거우면 '땡' 하는 영화는 별로 안좋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어떤 사람의 마음에 감정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고, 관객과의 소통이 제대로 안되는 것은 싫다.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뛰어난 영화를 추구하는데 모든 제작자들이 다 그럴 것 같다"며 웃었다.

곽 대표는 지난 아카데미에서 처음으로 작품상에 이름을 올린 여성 유색인종 제작자다. 그는 1990년대 영화 전문 매거진 키노 창간 멤버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고, 프로듀서직을 거친 후 2015년 바른손이앤에이의 대표가 됐다.

곽 대표의 바른손이앤에이가 제작한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비롯해 트로피 4개를 들어 올렸다.

이 영화는 지난해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부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수상행진을 이었고, 마지막으로 오스카 트로피까지 품에 안으며 유럽과 북미 등 전역에서 최고 권위상을 휩쓴 아시아의, 한국의 영화로 기록됐다.

이는 101년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칸과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동시에 최고 작품상을 받은 사례는 1955년 '마티' 이후로 '기생충'이 두 번째다. 이를 포함해 '기생충'은 총 174개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오스카 수상 후 '기생충' 신드롬은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다. 북미 지역 티켓 판매 수입은 현재까지 4499만달러(약 540억원)을 기록하며 '오스카 효과'를 누리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의 흥행 수입도 크게 늘어 전 세계 누적 티켓 판매 수입은 2억 4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2400억 원에 달했다. 이미 순제작비 135억 원의 17배 넘는 수익을 거뒀는데, 오스카상 수상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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