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3일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정은 당초 1041억원 규모 예비비 지출 등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추경 집행을 통해 경기 침체 방어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래통합당도 추경 편성에 대해 일단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21일 야권 일각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4·15 총선 연기론’이 제기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총선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이낙연 “세금 이럴 때 써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김부겸·김영춘·김두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전날 긴급 추경 편성을 촉구했는데, 당정은 코로나19가 중소 상공인, 골목상권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구가 지역구인 김부겸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대구 지역) 경제가 꼼짝을 안 한다”며 “긴급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필요하다면 추경 편성도 준비해야 한다”며 “야당 지도자들은 세금을 (함부로) 쓰지 말라고 하는데, 세금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난 뒤 “지난주만 해도 예비비 지출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고,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4~5월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피해가 본격 발생하는 시점에 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다른 국면”이라고 말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선 ‘이미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적자국채를 60조원어치나 발행하기로 했는데 연초부터 추경 카드를 꺼내 들긴 부담스럽다’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도 ‘추경 편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與 일각 “추경 규모 15조원 이를 수도”
하지만 최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여권 내 기류도 변하고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선은 기정예산(국회가 확정한 예산)과 예비비의 신속한 집행에 집중하겠다”면서도 “여러 옵션을 모두 열어 놓고 준비하는 게 정부의 책무”라며 추경 집행 가능성을 남겨 뒀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추경 편성 규모가 15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대응을 위해 11조6000억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면 ‘메르스 추경’보다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날 추경 편성에 대해 “추경을 빙자해 요건에 맞지 않는 일까지 잘못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면서도 “예비비든 추경이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일에 대해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야권선 ‘총선 연기론’ 제기
통합당은 이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을 이어 갔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공포심이 커지고 경제마저 얼어붙었다”며 “정부는 초기 대응 미숙과 1차 방역의 실패를 인정하고 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정부의 감염 대책은 무방비 상태 수준”이라며 “북한에선 쑥을 태워 방역을 한다는데, 대한민국 방역도 그 이상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야권에선 이날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당 회의에서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제한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4·15 총선을 연기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196조는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선거를 실시할 수 없을 때는 대통령 등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선거 연기를 검토한 적은 없다”며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때처럼 손 소독기와 마스크를 투표소에 비치하고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헌형/김소현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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