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주주친화정책 매력
한국경제TV 전문가인 안인기·김우신 파트너는 올해 주총을 앞두고 주주가치 제고 기대가 높은 종목으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주를 꼽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주요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작년 현대글로비스 현대비앤지스틸 현대차증권에 전자투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나머지 9개 상장계열사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초 사상 처음 주주추천 방식으로 사외이사를 뽑겠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4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인 장영우 영앤코 대표를 주주권익보호담당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모비스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올해 배당금 규모를 연간 창출 잉여현금흐름(FCF)의 20~40% 수준인 주당 40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처음 도입한 분기배당도 계속 시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가적인 주주친화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당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기를 들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작년 말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과거 지분경쟁 과정에서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절감한 만큼 주주 동의를 얻기 위한 주주친화 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가 선두에서 각종 주주친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주요 금융지주 중 처음으로 자사주 100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지난 6일엔 작년 결산배당금을 전년 대비 15.1% 증가한 주당 2210원으로 결정했다.
KB금융의 주주친화 정책 강화는 2대 주주인 프랭클린리소시스(지분율 4.8%)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의 모(母)회사인 프랭클린리소시스는 10일 KB금융 보유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공시했다. 개정된 5%룰(기관투자가의 대량보유 공시의무)에 따르면 투자자가 기업에 배당 등 주주가치 증대 요구를 하기 위해선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바꿔야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프랭클린리소시스가 보유목적 변경을 통해 KB금융에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끌어낼 것으로 본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B금융이 지난해처럼 추가적인 자사주 소각 등을 시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주 요구 거센 대한항공·에스엠
이번 주총 시즌 가장 주목 받는 곳은 한진칼과 대한항공이다. 박완필 한국경제TV 파트너는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 주주연합’이 제기한 그룹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편작업의 중심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서울 종로 송현동에 있는 한옥호텔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주주연합이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작년 3분기 861.9%) 등을 거론하며 재무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계속해서 추가적인 개선안이 나오면서 대한항공의 기업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기관 주주의 거센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직면해 있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를 주총 시즌 ‘다크호스’로 꼽은 전문가들도 있었다. 에스엠은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에 근거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고 있는 국민연금(9.29%) 한국투자신탁운용(7.64%) KB자산운용(6.80%) 등이 2~4대 주주다. 이들을 합친 지분율은 이수만 에스엠 회장 등 대주주 특수관계인 지분율(19.22%)을 훌쩍 넘어선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기관 주주의 에스엠을 상대로 한 주주가치 제고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B운용은 지난해 6월 주주서한을 통해 에스엠에 이 회장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합병, 배당성향 30%로 상향, 적자사업 정리 등을 요구했다. 박 파트너는 “이익기여도가 낮은 자회사 정리가 올해 에스엠 주총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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