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가 즉시 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보고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정부에 추경 편성을 공식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3조4000억원 규모의 예비비 한도 내에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다음주 후반 예정된 (범정부 차원의) 코로나 종합 경기대책에서 추경의 틀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시한까지 못 박았다.
여당은 공식적으론 예비비 사용이 우선이라고 말했지만 물밑에선 추경 편성을 준비해왔다. ‘경제통’인 최운열 민주당 제3정책조정위원장은 이 원내대표 요청으로 지난 13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추경 편성 타당성에 대해 브리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내부적으로도 추경 편성 시 야당을 설득할 방법을 마련해왔다.
민주당은 국회의 추경 편성 논의가 시작되면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편성 규모와 사용처 등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정부가 추경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여당뿐 아니라 야당 의원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이날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추경 편성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추경 편성에 무게를 두고 논의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빠른 추경 집행의 관건은 야당과의 합의다. 4년 전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의 추경안 제출부터 처리까지 18일이 걸렸다.
미래통합당도 추경 편성에 동조하고 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보수층의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이날 냈다. 그는 “감염병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해 초강력 대책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정부안이 제출되면 추경 규모와 삭감액 등을 두고 여야가 합의점을 못 찾을 가능성이 있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추경 자체에 반대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정부의 추경 예산안 등이 나와봐야 공식 입장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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