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코로나19 사태…경제 비상대책 '타이밍'이 핵심

입력 2020-02-23 17:43   수정 2020-02-24 02:40

미국 월가에서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통계를 주목하고 있다. 순수 한국 문제에 관심을 보인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관심도로 본다면 당시보다 더 높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중국의 늑장 발표와 잦은 확진자 판정 기준 변경으로 코로나19 통계의 국제적인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중국 대신 각종 질병 관련 통계에서 선진국 대우를 받고 있는 한국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코로나19의 현주소와 추이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와 같은 국민 보건 문제를 대외 관계, 정치적 이유 등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그 이후 상황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한국이 단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남에 따라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놓고 오락가락했던 투자자 성향도 후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안전자산의 상징 격인 국제 금값은 온스당 1620달러를 돌파했다. 2013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미국 국채 수익률(30년물 기준)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달러 가치도 상승하는 추세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알 수 있는 잣대인 달러인덱스는 100에 근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미·중 간 통상 마찰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통제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10월 초 이후 다시 1200원선이 뚫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지 않으면 1250원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의외다’ 할 정도로 빠르게 상승했던 세계 주가도 지난주를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미국 증시는 역사적인 ‘다우존스지수 3만-나스닥지수 1만 시대’ 진입이 늦춰졌다. 미국 이외 다른 국가 증시의 경우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을수록 주가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지금부터 주가 움직임이 더 주목된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발병 진원지인 중국보다 한국의 주가가 더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유동성 공급, 감세, 금리 인하 등 초강력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이후 관련 부처 수장이 말끝마다 ‘모든’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비상사태에 준하는 조치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더 우려되는 것은 ‘세계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세계 가치사슬이란 ‘기업 간 무역’과 ‘기업 내 무역’으로 대변되는 국제 분업 체계를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 증가율과 세계 가치사슬 간 상관계수는 ‘0.85’에 달할 만큼 높게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출범 이후 보호주의가 기승을 부리면서 세계교역 탄성치(세계교역 증가율÷세계경제 성장률)는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3년 전 ‘2배’에 육박했던 세계교역 탄성치가 작년 하반기 들어서는 ‘1배’ 내외로 떨어졌다. 세계교역 탄성치가 ‘1배’ 밑으로 떨어지면 세계경기는 침체 국면에 들어간다. 미·중 간 무역마찰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세계 가치사슬은 더 빨리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가치사슬이 무너지면 대외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성장률이 더 떨어진다. 중국과 한국 경제는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연간 성장률도 두 국가에서 상징성이 높은 각각 6%, 2% 달성은 물 건너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상사태다. 유동성 공급, 금리 인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과 같은 비상대책을 더 이상 늦추면 안 된다. 정책은 ‘타이밍’이 생명이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이 지경까지 왔는데 또 대책을 놓고 언제까지 말만 할 것인가. 일단 비상대책을 추진해 놓고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상황에 맞는 정책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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