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평 남짓 교실에 50명이 다닥다닥…휴원 강제 못하는 학원 '코로나 사각지대'

입력 2020-02-24 16:20   수정 2020-02-24 20:57


24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재수학원. 교육부가 전국 학원에 휴원을 권고한 다음날에도 57㎡(약 17평) 남짓한 2층 강의실엔 학생 50여 명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절반이 넘는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밀폐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끝나자 수백 명의 학생들은 6층 식당으로 이동해 함께 밥을 먹었다.

학생 밀집지역인 학원을 통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종교활동과 같이 단체행사로 인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학원은 여전히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학원에 휴원을 '권고'했지만 휴원을 강제할 방법이 마땅히 없어 방역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3일 전국의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개학 일정을 다음달 2일에서 9일로 1주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단체생활로 인한 학생들 사이의 집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학교보다 더 밀집된 공간에서 공부해야 하는 학원에 대해선 휴원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민간 영역인 학원에 휴원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학원의 휴업 사유를 규정한 관련 법률에 따르면 교육 당국은 학원이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았거나 거짓광고 등 부당한 영업 행위를 했을 때 휴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전염병은 휴원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감염 우려가 있는 학생이나 강사에 대해선 학원 설립자나 운영자가 스스로 판단해 격리할 수 있다는 '선택사항'만 존재할 뿐이다. 학생의 안전과 국가적 방역체계를 보완화기 위해선 휴원 명령 사유에 전염병 등 천재지변을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24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학교는 등교 의무가 있기 때문에 휴업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학원은 등원 의무가 없으므로 휴업 명령을 내리기 어렵다"며 "학원 방역을 위해 시·도 교육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휴원 권고가 강제력이 없는 데다 일관된 적용 기준이 없다 보니 학원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대성학원과 청솔학원은 기숙학원을 제외한 모든 학원의 수업을 2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1주일 동안 쉬기로 했다. 반면 메가스터디는 25일부터 6일 동안 휴강한다. 종로학원은 2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3일만 휴원하기로 했다. 대형 학원과 달리 소규모 학원은 아직 휴원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학원생이 100명 안팎인 서울 목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대형학원은 휴강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소규모 학원들은 휴원으로 인한 대규모 환불 사태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는 휴원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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