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패션 브랜드 톰 브라운을 입은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이 중고거래 시장에서 되팔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정판이란 점이 부각되며 최대 200만원까지 웃돈이 붙었다.
2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현상을 빚자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 추가 판매 가능성을 내비쳤다. 자칫 과거 '삼성 아르마니폰', 'LG 프라다폰' 등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들 휴대폰 역시 출시 당시 인기를 끌며 웃돈을 붙여 거래됐으나 이후 추가 물량이 나오자 1년여 만에 '공짜폰'으로 전락한 전례가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0년대 후반 글로벌 명품 업체들과 손잡고 잇따라 '명품폰'을 출시했었다.
LG전자는 2007년 프라다와 공동 제작한 '프라다폰'을 국내에 출시했다. 세계 최초 전면 터치스크린 폰으로 출고가는 88만원으로 책정됐다. 그해 국내 업체 출시 휴대폰 중 최고가였다.
프라다폰은 출시와 동시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국내 출시 2개월 만에 20만대 넘게 팔렸다. 글로벌 출시 18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인기를 끌자 이 폰은 40만원에 달하는 웃돈이 붙기도 했다.
2009년 출시한 프라다폰의 후속작 '프라다폰2'는 몸값이 더 뛰었다. 179만3000원이라는 고가에 출시됐지만 출시 한 달여 만에 5000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재현했다. 특히 프라다폰2는 한정판으로 제작됐다는 소문이 나면서 50만원 넘는 웃돈이 붙었다.
같은해 삼성전자도 '조르지오 아르마니폰'을 출시하며 명품폰 전쟁에 가세했다. 세계적 명품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디자인을 맡았고 삼성전자가 제품을 개발했다. 출고가 135만3000원, 전면 풀터치 스크린에 슬라이딩 숫자 키패드가 적용됐다. 휴대폰 전면부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로고를 넣었고 배경화면과 아이콘도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디자인했다.
출시 당일 아르마니 청담점에 폰을 사기 위해 고객 100여명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당시 일반 피처폰 가격의 약 3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명품폰은 출시 1년여 만에 공짜폰으로 전락했다. 홈쇼핑, 휴대전화 대리점 등에서는 2년 약정을 맺고 프라다폰과 아르마니폰을 공짜 가격에 풀었다. 애플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떨어내리는 가격을 방어하지 못했던 탓이다. 한정판이란 소문이 무색할 만큼 제품을 지속해 판매한 영향도 컸다.
갤럭시Z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 또한 현재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297만원인 제품이 350만~4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5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지난 21일 새벽 삼성닷컴에서 품절 대란이 일어난 직후엔 1000만원에 팔겠다는 글까지 게재됐다.
그러자 삼성전자는 갤럭시Z플립 톰 브라운 에디션 추가 판매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200만원이 넘는 웃돈을 줘가며 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자칫 LG 프라다폰이나 삼성 아르마니폰처럼 웃돈을 붙여 샀다가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낭패를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추가 물량 판매로 한정판의 희소성이 옅어지거나,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향후 제품 가치가 출고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정판이라고 해서 전자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는 건 아니다. 최신 제품이 새로 나오거나 톰 브라운 에디션이 인기를 끌면 새로운 브랜드와 합작한 또 다른 한정판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투자용으로 거액을 들여 사는 건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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