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원화학을 시작으로 정기 주총 시즌이 개막하는 가운데 사상 최악의 주총 대란이 예고됐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주총장을 찾는 개인 주주의 발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확진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업체를 비롯한 일부 상장사는 주총 일자와 장소를 잡지 못한 채 혼란에 빠졌다.
2017년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 폐지 후 의결정족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로선 엎친 데 덮친 상황이다. 섀도보팅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주주의 투표 비율대로 표를 나누는 제도다. 대구에 본사를 둔 한 상장사 임원은 “고육지책으로 주총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주주들에게 전자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여기에 사외이사(감사위원 포함)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개정 상법 시행령과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까지 맞물려 상장사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임기 제한을 넘긴 사외이사들의 후임을 다급히 구해야 하는 회사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욱이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다. 나머지 의결 정족수를 소액주주들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예고한 만큼 어렵게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안 등이 기관투자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되고 말 것이란 우려도 크다. 상법상 사외이사 요건 미충족은 관리종목 지정 사유다. 한 상장사 임원은 “대내외 경기 불안으로 실적 한파가 닥친 상황에서 주총 부담까지 커졌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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