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지마" 中 "오지마"…기피국 된 한국

입력 2020-02-25 17:25   수정 2020-02-26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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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일본을 넘어서 중국 다음이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로 격상하고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중국에선 비행기를 타고 중국에 입국한 한국인을 강제 격리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5일 이날 오후 4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날보다 144명 늘어 977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크루즈선에서 환자가 대거 발생한 일본을 추월했다. 이날 현재 일본의 확진자는 크루즈선에서 감염된 691명을 포함해 850명이다. 중국의 확진자는 이날 0시 기준 7만7658명이다. 한국에선 사망자가 4명 발생해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사망자는 11명으로 늘었다. 중국(2663명) 이란(14명) 다음으로 많다.

미 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 관련 여행경보를 2단계에서 3단계로 올렸다. CDC 여행경보는 1단계 ‘일반적 주의’, 2단계 ‘각별한 주의’, 3단계 ‘불필요한 여행 자제’로 나뉘는데 한국을 최고 위험 등급에 올린 것이다. 현재 CDC의 3단계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며, 일본은 2단계다.

프랑스 정부도 25일 한국 여행 경보를 기존 1단계(정상)에서 3단계(여행 자제)로 격상했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공항당국은 25일 오전 10시50분 도착한 한국발 항공기에 탑승했던 승객 전원을 강제 격리했다. 이 항공기엔 한국인 19명, 중국인 144명, 기타 국적 4명이 탑승했다. 웨이하이시 공항당국은 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검역 절차를 진행하고, 시내 호텔에 14일간 격리할 방침이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발병지 中마저 한국인 강제격리…프랑스도 '여행 자제'로 격상
美 "불필요한 여행 말라"…입국금지 수순으로 가나


미국 보건당국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한 ‘여행 장벽’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한국의 코로나19 관련 위험수위가 중국과 동급으로 격상되면서 자칫하면 미국이 ‘한국 여행 금지’ ‘한국발 입국금지’ 같은 초강경 조치를 발동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CDC는 지난 22일 한국과 일본의 여행경보를 1단계(일반적 주의)에서 2단계(각별한 주의)로 높였다. 이어 이틀 만인 24일 일본은 그대로 놔둔 채 한국에 대해서만 여행경보를 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일본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CDC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곳은 중국 본토를 빼면 한국이 유일하다.

CDC가 여행경보를 높인 만큼 미 국무부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국무부는 22일 CDC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 일본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올렸었다. 국무부 여행경보는 1단계 ‘일반적 주의’, 2단계 ‘각별한 주의’, 3단계 ‘여행 재고’, 4단계 ‘여행 금지’로 나뉜다.

미국 정부가 당장 한국 여행 금지,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미(駐美)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현재 미국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절차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미국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던 지난달 30일 전격적으로 중국여행 금지령(4단계)을 내렸다. 이어 2월 2일부터 중국발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미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사실이 알려진 것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 승무원은 지난 15~16일 이스라엘에 다녀온 뒤 증상이 없어 다음 스케줄인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이후 22일 기침과 발열 증상이 나타났고 24일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며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미국 항공사들은 CDC가 한국 여행경보를 격상한 24일 고객들이 한국행 항공편을 5월 이후로 미룰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내놨다. 유나이티드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날부터 4월 30일까지 자사의 한국행 항공편 일정을 변경할 경우 수수료와 항공권 간 가격 차이를 고객에게 물리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델타항공도 4월 30일 전까지 한국행 예약일정을 조정하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현재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절차를 까다롭게 한 나라는 총 24개 지역(국가 또는 자치령)이다. 나우루, 키리바시, 바레인, 요르단, 이스라엘, 모리셔스, 사모아, 홍콩 등 8곳은 한국발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영국, 마카오, 미국령 사모아 등 16개 지역은 검역을 강화하거나 입국 즉시 격리하는 등 입국절차를 더 엄격하게 했다.

자국민에게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나라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25일 대구와 경북 청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중국에 적용한 것과 같은 ‘레벨2’로 격상하고 꼭 필요하거나 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방문을 피하도록 했다.

프랑스도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를 기존 1단계(정상)에서 3단계(여행 자제)로 높였다. 프랑스는 총 4개 단계의 경보를 갖고 있으며, 3단계는 강력히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4단계 다음으로 높다. 프랑스 교육부도 각급 학교에 전날 공지문을 보내 학생 본인이나 가족이 최근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 경우 해당 학생을 의무적으로 14일간 자가 격리하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대만도 24일부터 한국에 대한 전염병 등급을 최고 수준인 3단계로 격상하며 불필요한 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독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등도 한국 또는 대구·청도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이지현/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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