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도 추경에 협조한다는데…대통령 긴급명령 띄우는 민주당

입력 2020-02-25 14:27   수정 2020-02-26 01:18

“추가경정예산(추경)의 국회 통과가 지체되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이라도 발동해 대응해야 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당·정·청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비상상황에는 이전과 다른 비상 각오로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회 상황으로 봐서는 추경이 언제 통과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날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다음달 17일까지 예정된 임시국회 내 추경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고 잘못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옥동석 인천대 교수(전 조세재정연구원장)는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목표만 있을 뿐 재정을 어디에 쓸지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긴급 명령을 거론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추경 편성안을 만들고 있다.

위헌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76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천재지변이나 중대한 경제상 위기 때 국가 안전보장 등을 위해 긴급 재정·경제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국회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다. 전날 방역을 위해 폐쇄된 국회 건물은 26일 정상운영되는 데다 임시국회는 열려 있다. 노형욱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1일 국회 업무보고 후 긴급재정경제명령권 검토 발언을 번복한 것도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래통합당 등 야당 역시 추경 편성에 협조할 뜻을 밝혔다. 정부가 추경안을 마련하면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발언은 정치적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회 고유의 예산 편성 권한(제54조)을 스스로 저버린다는 지적도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는 “헌법상 비상조치는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국회에서 정상 절차를 밟아 추경을 통과시킬 수 있는데 긴급 명령을 언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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