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배정' 공공택지 아파트용지 전매 못한다

입력 2020-02-25 17:37   수정 2020-02-26 08:15

건설업체들이 페이퍼컴퍼니 형태의 계열사를 설립해 공공택지 아파트용지 입찰에 무더기로 참여한 뒤 낙찰받은 땅을 다른 계열사에 넘기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정부가 추첨 방식으로 공급받은 택지 전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택지 입찰 자격은 그대로 둬 무더기 입찰 행태가 여전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공공택지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택지개발촉진법’과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25일 발표했다. 현재 공동주택용지는 공급일로부터 2년 후에는 공급 가격 이하로 전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형 건설그룹 계열사들이 실제 사업 계획 없이 일단 낙찰받은 땅을 다른 계열사나 모기업에 넘기는 사례가 빈번했다. 앞으로는 공급 계약 2년 후에도 전매행위가 금지된다. 경영 악화 등 합리적 사유가 없다면 소유권 이전등기 전까지 전매할 수 없다.

하지만 국토부가 주요 제도 개선 방안으로 강조했던 입찰 자격 강화는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벌떼 입찰’ 지적에 대해 “입찰 자격을 ‘3년간 700가구’로 높이는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기준은 ‘기존 3년간 주택 건설 실적 300가구’다. 국토부는 실적 기준을 높일 경우 중소 건설사들에 큰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개정안이 무더기 입찰을 일부 줄일 수는 있어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택지를 낙찰받은 건설계열사가 전매 대신 직접 시행을 맡아 다른 계열사에 시공권을 줄 수 있다”며 “추첨제 분양을 축소하고 올해부터 시행하는 설계 공모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은 또 공동주택용지 수분양자가 자금 조달을 위해 주택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에 택지를 전매하려면 해당 PFV의 지분 과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현재 수분양자가 PFV의 최대 주주인 경우 해당 PFV에 대한 전매를 허용해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이 최대 주주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PFV를 사실상 지배하는 등 전매제한 특례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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