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은폐와 축소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뒤늦게 중환자를 별도 관리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일본은 전체 확진자 수를 감안할 때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 비율이 높다”며 “일본이 거대한 (코로나19) 거점일 수 있다”고 밝혔다.
고틀립 전 국장은 한국 보건당국이 거의 2만 명에 대해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발생현황 통계 및 감염 경로 파악이 매우 상세하다는 사실을 사례로 들며 “일본은 그만큼 검사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은 겨우 1500명 정도를 검사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일본은 대량 확진자가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을 대상으로 한 번에 100~200명씩만 검사하는 바람에 감염자 수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뒤 좁은 크루즈선 내에 3700여 명의 승객을 보름 넘게 격리하는 동안 일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700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37.5도 이상의 발열이 4일 이상 지속되면 지정 의료기관에 문의할 것’ 등과 같은 기본적인 행동요령 외에는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증상이 있는데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자체를 받지 못한 의심 환자가 상당해 일본의 확진자 수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치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가 국내외에서 나오는 이유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부랴부랴 이날 총리관저에서 코로나19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감염 확대 방지를 위한 정부의 기본방침을 확정해 발표했다. 확진자 이원화 관리가 핵심이다.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 지역에서는 일반 의료기관도 중환자를 수용해 치료하도록 했다. 대신 증상이 가벼운 사람은 집에서 요양하도록 권고했다. 중증·경증 구분 없이 확진자와 의심 환자가 병원으로 몰려 중환자용 병상을 확보하기 어렵고 감염이 확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감염 경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무원들은 이날부터 혼잡시간대를 피해 출퇴근하도록 조정하고, 기업에도 탄력근로제 및 재택근무를 적극 시행하도록 요청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발열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나면 휴가를 얻고 외출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관계시설은 적극적으로 휴업하고, 학교 등 교육시설도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임시 휴교하도록 했다. 교직원과 학생의 감염이 확인된 홋카이도와 지바, 이시카와현 등 일부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감염자 정보 확보와 국민에 대한 정보공개 방침도 확정했다. 의료기관의 진단 자료 등을 토대로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 숫자, 감염 경로,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의 현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확정한 정부 방침을 철저히 시행하고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필요한 의료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초·중·고 개학 시기를 4월 20일 이후로 연기했다.
케빈 융 홍콩 교육부 장관은 25일 모든 학교의 수업을 부활절 휴일인 4월 20일 이후로 미룬다고 밝혔다. 기존 개학 시점은 3월 16일이었다. 융 장관은 “코로나19가 여전히 창궐하고 있다”며 “정확한 개학 시기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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