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내놓은 전화 상담과 원격 처방을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의료단체 두 곳이 각각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민들의 혼선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의협은 25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발표한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 처방 한시적 허용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의협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한의사협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 당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병원 감염 근원을 차단할 수 있는 '전화·처방 등 허용방안'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국 한방병원과 한의원을 통해 법률이 규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국민에게 정확한 의료 정보와 진료 편의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번 정부 지침을 전국 2만5000명 회원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한의협은 정부 방침을 전면 거부한 의협에 대해 "나라 전체가 코로나19와 싸우는 상황인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의료인 단체가 결코 보여서는 안 되는 잘못된 행태"라며 "이기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전화 상담·처방과 대리 처방 등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의협은 곧바로 사전 논의 없는 발표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의협은 '코로나19 관련 대의원 긴급 안내문'에서 "정부에서 발표한 전화상담과 처방을 전면 거부한다"면서 "회원님들의 이탈 없는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화를 통한 처방은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고, 특히 현재 코로나19의 경우 폐렴을 단순 상기도(코와 인후의 감염을 통틀어 이르는 말) 감염으로 오인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염력이 높은 코로나19 환자가 전화로 감기처방을 받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면서 주변으로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전화 처방에 따른 법적책임, 의사의 재량권, 처방의 범위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함에도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민과 의료인에게 큰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문제가 되는 전화 상담과 원격 처방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특례 조치다. 의사가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모든 의료기관에서 전화로 상담, 처방하는 게 가능하다. 처방전은 팩스로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 전송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만약 의료인들이 판단하기에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등 위험성이 있다면 전화로 처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오랫동안 봐왔던 환자들이나, 호흡기 환자 중에 코로나19가 아닐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 대해서는 가족 방문이나 전화 등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 등 조치를 해달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경제 '코로나19 현황' 페이지 바로가기
https://www.hankyung.com/coronavirus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