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비상이 걸렸다. 삼일회계법인의 상당 수 인력이 입주해있는 LS용산타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1년 중 가장 바쁜 '감사시즌'임에도 삼일회계법인은 전원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25일 용산구에 따르면 LS용산타워 16층 사무실에 근무하는 LS그룹 계열사 직원이 지난 24일 1차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직원은 경기도 거주자로 현재 격리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물에는 ㈜LS, LS니꼬동제련, E1, LS네트웍스를 비롯한 LS그룹 계열사 뿐 아니라 삼일회계법인도 입주해있다. 재경, 정보기술(IT) 등 지원부서 인력 300여명이다. 감사, 재무자문 부서 등에 속한 3200여명은 LS용산타워 옆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건물에서 근무한다.
삼일회계법인은 LS타워 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건물에서 근무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이날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LS타워 뿐 아니라 아모레퍼시픽 건물의 방역작업으로 오늘 아침 출근했던 직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상황에 따라 재택근무 연장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돌발상황으로 인해 감사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년 1~3월에 외부감사 업무가 몰려있는데다 삼일회계법인이 상장사 기준으론 가장 많은 감사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외부감사 대상 기업은 3만2431곳이다. 이 중 매년 1~3월에 회계결산 업무와 외부감사를 하는 12월 결산법인은 94.3%를 차지한다.
삼일회계법인은 전산화된 프로그램을 활용해 비대면 위주로 감사업무를 진행하는 한편,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 이동수단을 활용하고 내부회의와 외부회식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삼일회계법인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기 이전부터 출장 및 현장근무가 빈번한 감사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회계사들에게 출장 후 재택근무를 권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절차의 상당부분을 디지털화하고 언제 어디서든 팀별 화상회의가 가능한 모바일 근무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에 업무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사태를 ‘업무방식 전환’ 기회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 CEO는 “그동안 삼일이 추진해온 디지털 오피스로의 전환을 본격 시험하고 안정화할수 있는 기회”라며 “각종 위험을 통제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업무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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