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지난 24일 대구·경북 지역에서 마스크 141만 장을 판매한다고 공지하자 이를 사려는 대기 줄이 수㎞에 달했다. 웃돈을 주고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서다. 1인당 30장으로 제한한 물량은 두 시간 만에 동났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선 한국산 마스크를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 한국에서 생산한 마스크가 ‘물량 떼기’로 중국으로 넘어가면서 빚어진 촌극이다.
정부가 마스크 품절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25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대책을 내놨다. 수출 물량을 대폭 제한하고 전체 생산량(하루 1100만 장)의 절반을 우체국 등 공적 유통망으로 공급하도록 한 게 골자다.
국세청, 전국 260여곳 일제 조사
정부가 발표한 ‘마스크 긴급 수급 조치’에 따르면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제조업체도 당일 생산량의 최대 10%까지만 수출할 수 있다.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수급 조절 기능이 마비돼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이런 긴급 조치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마스크 제조업체는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로 신속히 출고해야 한다. 우체국, 농협중앙회, 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중소기업유통센터, 기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정하는 판매처 등이 대표적이다. 우체국 홈쇼핑은 하루 약 120만~150만 장의 마스크를 판매할 계획이다.
보건용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대상으로 이달 초부터 시행해온 생산·판매 신고제는 수술용 마스크로 확대하기로 했다. 수술용 마스크 제조업체는 하루 생산량과 출고량, 수출량, 재고량을 즉각 식약처에 신고해야 한다.
국세청도 마스크 유통·제조업체 일제 조사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이날 지방청 조사국 및 각 세무서 조사요원 526명을 전국 263개 마스크 관련 업체에 투입했다. 업체별 점검 내용은 일자별 생산·재고량, 판매가격, 특정인과의 대량 거래 등이다. 무신고 판매와 매점매석, 무자료 거래 등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유통질서 교란 및 세금 탈루를 파악하면 집중 세무조사로 전환한다.
마스크 중국 수출은 200배 급증
정부가 ‘마스크 긴급 조치’에 나선 것은 하루 생산 물량이 1100만 장에 달하는데도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어서다. 상당 물량이 생산되자마자 ‘보따리상’ 등을 통해 중국으로 반출되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관세청 및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인 작년 12월만 해도 마스크를 포함한 ‘기타 섬유류’의 대(對)중국 수출은 약 60만달러 규모였다. 올해 1월엔 6135만달러로 급증하더니 이달 1~20일 1억1845만달러를 기록했다. 두 달도 안 돼 200배 넘게 뛰었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관세 코드상 기타 섬유류엔 수천 종이 포함돼 있지만 최근 물량엔 마스크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산 마스크는 오히려 중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오바오 티몰 등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선 ‘KF94’ 등 정품 인증을 받은 한국산 마스크를 대량 판매 중이다. 다만 1~2개월 전만 해도 개당 2500~3000원 정도이던 KF94 마스크는 현재 5000원 안팎에 팔린다. 가격이 두 배가량 뛰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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