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장엔 재고 많은데…주문 몰린 쿠팡에선 라면·생수 품절

입력 2020-02-25 17:33   수정 2020-02-26 01:27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인 로켓프레시가 25일 ‘먹통’이 됐다. 배송 지역을 서울 마포로 정한 뒤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상품 구매를 시도해 봤다. 거의 모든 상품에서 ‘일시 품절’ 표시가 떴다. 쌀 우유 생수 간편식 통조림 등 식품류는 일절 주문이 안 됐다. 배송 지역을 용산, 강남 등으로 바꿔도 비슷했다.

마켓컬리도 주문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새벽배송 주문을 넣으니 ‘밤 11시 이후 주문하라’는 알림이 떴다. 마켓컬리는 원래 밤 11시 이전까지 주문을 취합, 다음날 오전 7시 이전에 일괄 배송한다. 밤 11시 이후에 주문하라는 것은 기존 배송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이마트몰에서도 많은 제품이 품절로 떴다.


쿠팡 ‘품절 대란’…주문 몰린 탓

쿠팡 등 주요 e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식품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이다. 외식, 회식을 꺼리고 집에서 밥을 먹는 사람이 늘자 e커머스가 여기에 대응을 못하고 있다.

품절 현상은 물류센터가 한계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쿠팡은 대부분 상품을 직접 구매(직매입)한 뒤 물류센터에 쌓아놓고 있다가 판매한다. 쿠팡이 전국에 100여 곳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이유다. 이 물류센터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제대로 작동을 못하고 있다. 쿠팡은 올 들어 하루평균 250만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최근 주문량이 하루 300만 건에 육박하자 소화를 못 시키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특히 식품 주문을 처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냉장·냉동 상태에서 저장하고 배송해야 하는 상품이 많은데, 물류센터가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상온 상태의 상품은 잘 처리하는데, 식품 처리에는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문 증가로 배송에도 문제가 생겼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하루 배송 가능 물량이 약 6만~7만 건이다. 물류센터에 물건이 있어도 이를 넘어가면 배송이 불가능하다. 지난 주말(22~23일)을 ‘무사히’ 넘긴 마켓컬리는 최근 들어 평일 배송조차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스태프 조직까지 배송 작업에 투입할 정도다.

주문이 증가한다고 물건을 마냥 구매할 수 없는 이유도 있다. 쿠팡 마켓컬리 쓱닷컴 등은 대부분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한다. 물건을 많이 주문하면 그만큼 자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평소보다 늘어난 주문량에 대응하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밀키트 가장 인기

이들 e커머스에 주문이 집중되고 있는 상품은 조리 과정이 간편한 식품이다. 쓱닷컴에서 이달 1~24일 판매가 급증한 상품을 분석했더니, 1위가 밀키트로 나타났다. 밀키트는 재료가 다 손질돼 있어 간단한 조리 과정만 거치면 요리가 되는 상품이다. 이 기간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904%에 달했다. 통조림(매출 증가율 168%) 라면(157%) 생수(156%) 냉동식품(1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롯데닷컴에서도 같은 기간 온라인몰의 매출이 36.5% 증가했다. 간식, 즉석밥 등 가공식품은 151.8% 급증했다.

식품 제조사들도 물량 증가에 대비하고 있다. 농심에서 지난 22~23일 라면 출고량은 평소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생수 백산수 출고량도 약 15% 늘었다. 오뚜기의 경우 최근 발주량이 10~15% 증가했다. 오뚜기는 즉석밥 공장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오프라인 매장은 품절 없어

온라인의 주문 폭주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에선 사재기 현상이 감지되지 않는다. 이날 공덕역 인근 롯데프리미엄마켓, 이마트 등 서울 대형마트에서는 마스크를 제외한 모든 상품이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온라인에서 일부 품절되는 생수 라면 등은 20~30% 할인 행사까지 해도 물건이 매대에 남아 있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부 식품 매출이 증가했지만 매장 내 품귀 현상은 일절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생협 매장에서는 신선식품이 동이 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재광/김보라/노유정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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