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이러스도 움츠리게 한 컴퓨팅 사고력

입력 2020-02-25 18:15   수정 2020-02-26 00:04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A(H1N1), 2014년 소아마비와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2016년 지카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에 이은 여섯 번째 국제적 비상사태 선포에 해당한다.

코로나19의 감염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회피하는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혹시 주변에도 잠복기에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등의 복잡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전쟁 상황을 방불케 하는 혼란 속에서도 필자는 교육자 입장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대응 상황에서 컴퓨팅 사고 및 융합교육 성과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 성과는 ‘코로나맵’(코로나바이러스 현황 지도)과 ‘코로나알리미’ 서비스다. 코로나맵은 질병관리본부 제공 데이터에 기초해 확진자 이동 경로, 격리장소, 확진자 및 유증상자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확진자 동선을 지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초기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꼭 필요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가가 배포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생 이동훈 씨가 제작해 개설했다.

코로나알리미는 대학생 네 명이 개발한 위치 기반 서비스다.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개발자 중 한 명인 최주원 씨는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에 학생과 개발자들이 확산 지도를 만드는 모습을 봤다. 그들을 보며 우리도 배운 것을 의미 있는 서비스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개인 및 사회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기능이나 서비스를 직접 구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현장에서 발휘되고 있다. 즉 컴퓨팅 능력이 코로나19를 대처하는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기초라고 얘기하는 컴퓨팅 사고력, 디자인 싱킹, 코딩능력이 실제 문제 해결에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다.

우리는 교육현장에 혁신융합교육을 도입하면서도 그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혁신교육과 융합교육이 의미 있는 교육이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학생이 전공과 상관없이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갖추고 사회에 진출한다면 수많은 문제를 효율적으로 헤쳐나가리라 확신한다. 앞으로 혁신융합교육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대학이 기지개를 켜고 제2의 코로나맵과 코로나알리미를 개발할 수 있는 혁신형 인재, 융합형 인재를 양성해 내는 진정한 고등교육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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