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5만2413곳이 몰려 있는 국가산업단지의 작년 생산액과 수출액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중국 업체와의 힘겨운 경쟁과 미·중 무역분쟁으로 좁아진 수출 길에 몸살을 앓는 기업들의 현주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로 올해 1분기 기업의 실적과 생산 감소폭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단 생산액 54조원 감소
26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전국 38개 국가산단의 생산액은 486조662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생산액에 비해 10.0% 감소했다. 수출액은 1530억3600만달러(약 185조9800억원)로 전년 대비 16.6% 줄었다. 고용도 줄였다. 국가산단의 지난해 12월 말 고용인원은 98만7728명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했다. 산업단지의 고용인원은 2018년 말 99만7377명으로 100만 명 선이 무너진 뒤 지난해까지 감소세를 이어갔다.
단지별 생산액을 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등 석유화학기업이 몰려 있는 여수국가산단 생산액이 60조8582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었다.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기계·중공업 업체 2664곳이 둥지를 튼 창원국가산단의 지난해 생산액은 39조1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2.1% 감소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전자업체가 주로 입주한 구미공단 생산액은 37조7741억원으로 7.0% 줄었다.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반월국가산단 생산액은 2942억원으로 22.2%, 시화국가산단은 3086억원으로 27.5% 감소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충격파로 수출과 내수 시장이 얼어붙자 입주 기업들은 “올해가 더 암울하다”고 걱정했다.
기업 체감경기 4년 내 최악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 체감경기는 코로나19 공포에 더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자료를 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전달보다 10포인트 내린 65로 나타났다. 2016년 2월(63) 후 가장 낮다. BSI는 조사 대상인 3242개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을 밑돌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이달 하락폭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3년 1월 이후 최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2015년 6월과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된 2012년 7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11월 때도 9포인트씩 내리는 데 그쳤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65)가 한 달 전보다 11포인트 꺾여 2016년 2월(63) 후 가장 낮았다. 중국산 부품 조달이 끊긴 일부 완성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영향으로 자동차(56) 업종의 체감경기가 18포인트 떨어졌다. 중국 수출길이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에 전자·영상·통신장비(71) 업종도 18포인트 하락했다.
음식점과 도·소매 업종이 포함된 비제조업(64) 업황지수는 9포인트 내려갔다. 낙폭은 메르스가 닥친 2015년 6월(11포인트) 후 가장 컸다. 내수 부진 여파로 도소매업(59)이 13포인트 하락하며 2012년 11월(58) 후 최저를 기록했다. 앞으로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기업들이 향후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업황전망 BSI는 전체 산업의 경우 69로 7포인트 내려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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