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무원 시험뿐 아니라 대기업 채용 시험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오는 29일로 잡혔던 5급 공무원 공채와 외교관 선발 시험 등이 전격 연기됐다. 같은 날 예정된 변리사 1차 시험도 치르지 않기로 했다. 토익 정기시험도 1982년 시험 도입 이후 처음 취소됐다. 주요 기업도 상반기 채용 일정을 미루거나 승진 시험을 취소하고 있다.
공무원, 공기업, 변리사 시험까지 연기
코로나19의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국가 주관 시험이 줄줄이 연기됐다. 인사혁신처는 29일 시행 예정이던 국가공무원 5급 공채와 외교관후보자 선발 1차 시험,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을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린 다음날인 24일까지만 해도 군의관을 투입해 고사장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지만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수험생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고 지역사회에 감염증 확산 차단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연기된 5급 공채 시험 일정 등은 향후 코로나19 확산 추세를 보면서 4월 이후 시행할 예정이다. 이달 6일 마감한 5급 공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370명 선발)에는 1만2595명이 지원해 평균 34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같은 날 치르려 했던 제57회 변리사 1차 시험(3170명 지원)도 잠정 연기됐다. 변리사 1차 시험이 연기된 것은 처음이다. 향후 있을 공무원 시험 일정도 연기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다음달엔 입법고시, 서울시 공무원, 국가직 9급 공채, 소방·경찰공무원 등의 국가 주관 시험이 예정돼 있다. 특히 내달 28일로 예정된 9급 공채 응시생이 20만 명에 육박해 관련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사처를 비롯한 국회, 경찰청 등 시험 주관 기관들은 아직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들도 잇따라 시험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코레일은 당초 3월 21일로 예정된 필기시험을 한 달 뒤인 4월 25일로 미뤘다. 한국전기안전공사도 필기시험일을 3월 1일에서 4월 4일로 조정했다.
현대차도 채용 면접 일정 연기
주요 기업도 신입사원 채용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수시 채용으로 직원을 뽑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올초부터 진행 중인 신입·경력사원 채용 면접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 온라인 지원서 신청만 받고 있지만 언제 본격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채용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 지원서 신청 기간은 변동 없지만 향후 채용 일정은 변동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현대차는 서류전형과 이미 진행된 면접 결과는 정상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사업기획 △아프리카·중동시장 완성차 판매 △상품가격 사양기획 운영 등 해외영업 분야의 신입사원을 모집 중이다.
삼성전자는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역량 테스트를 다음달로 연기했다. 지난해 3월초 공채를 시작했던 SK는 두 차례 연기를 해 3월말 채용공고를 내기로 했다. 이에따라 입사시험인 SK종합역량검사(SKCT)는 5월중순으로 예상된다. KT, 포스코 등도 올해엔 채용일정을 늦추거나 연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에 필요한 영어시험 토익(TOEIC)과 텝스(TEPS) 일정도 취소됐다. 토익 정기 시험이 취소되기는 1982년 시행 후 처음이다. 다만 영어 말하기 시험인 토익스피킹과 오픽은 대구, 경북, 울산 등 일부 고사장을 제외한 곳에서 예정대로 치러진다.
아직까지 채용 일정을 바꾸지 않은 기업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가늠할 수 없어 채용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할지는 기업들도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LG그룹은 계열사별로 3월 말이나 4월 초부터 채용을 시작할 계획이다. 3월 6일부터 상반기 공채를 시작하는 롯데는 당초 계획대로 입사지원서를 받기로 했다. 원서 접수 일정은 예년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기업들은 채용설명회도 캠퍼스리크루팅 위주에서 취업준비생들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 유튜브 채용설명회로 전환키로 했다. 각 대학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채용설명회 취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무원과 일반 기업들의 필기시험 및 채용 일정이 연기되면서 취준생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26일 국내 4년제 대학 졸업자 6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졸자 10명 중 1명만 정규직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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