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들이 폭증하고 있다. 중동과 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지역까지 ‘한국인 차단’이 확산 중이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사이트에 게시된 공지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30분 현재 한국인 입국 금지 또는 제한 조치를 시행한 국가는 총 27개국이다. 입국을 금지한 나라는 16개국(나우루 마이크로네시아 베트남 사모아 솔로몬제도 싱가포르 키리바시 투발루 홍콩 바레인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쿠웨이트 사모아미국령 모리셔스), 입국을 제한한 나라는 11개국(대만 마카오 태국 영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오만 카타르 우간다)이다.
중국의 경우 성·시 단위 지방정부에서 한국인을 격리시키고 있다. 산둥성의 경우 지난 25일부터 웨이하이공항에 도착하는 국제선 항공기의 모든 승객에 대한 검역을 실시하기로 했다. 현재 웨이하이공항 국제선은 한국 노선(인천 4개, 대구 1개, 청주 1개)밖에 없다. 랴오닝성 선양은 한국에서 선양으로 들어온 항공편 2편의 승객 전원에게 2차례에 걸쳐 건강신고서를 작성하도록 하고, 중국 내 지인과 통화해 신원 확인을 거치도록 했다. 장쑤성 난징과 지린성 옌지에서도 강제 격리 등 유사 조치가 시행 중이다.
중국 양대 대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도 심상치 않다. 베이징에선 이미 코로나19 외부 역유입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한국에서 온 외국인들에게 14일간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베이징 전염병예방통제 영도소조는 지난 25일 회의를 열고 외국 입국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입국제한 조치는 아직 없지만, 각 성 또는 시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의 경우 상하이 내 행정구역인 훙차오진 당국에서 26일부터 상하이를 떠났다가 다시 입국한 교민들에게 2주 격리를 공식 요구했다. 훙차오진에는 2만8000여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인이다. 두 도시 모두 한국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한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일본도 대구·경북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한국인 포함)의 입국을 거부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6일 아베 신조 총리가 주재한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중국 이외의 지역을 입국 제한 체류지로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입국 제한 대상은 일본 입국 신청 2주 내 대구와 경북 청도를 방문한 외국인이며, 27일 9시부터 해당 조치를 시행한다.
전날 일본 외무성은 “한국에서 2월 19일 이후 대구와 경북 청도에서 (코로나19) 감염증 사례가 급증해 24일까지 607건이 확인됐다”며 “감염증 위험정보를 ‘레벨 2’로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레벨2는 꼭 필요하거나 급하지 않은 방문은 중지하라고 권고하는 단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중국 일부 지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국으로부터 입국하는 사람들을 강제 격리하고 있는 데 대해 “과도하다는 게 1차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직후 이 같이 전했다.
강 장관은 “우리도 중국에 대해 상당히 대응을 자제해 왔는데, 중국도 이에 상응해서 자제하고 과도하게 대응하지 않도록 중국과 계속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리도 코로나19 사태 초반 우한 등 후베이성에서 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는데, 각국이 자체 평가에 따른 조치에 대해 우리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국내에서 취하는 노력을 감안한 조치가 이뤄져야지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절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스라엘, 모리셔스 등 다른 나라들에 항의한 것과는 달리 중국 지방정부와 홍콩, 마카오 등엔 공식 항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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