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 루시 그린은 《실리콘 제국》에서 실리콘밸리 기술권력들이 만들려는 세계의 모습을 살펴보고 그들이 그리는 미래가 과연 우리가 원하는 것인지 점검한다.
저자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원래 고객은 정부와 기업이었다.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군사기술 연구 허브로 시작한 실리콘밸리는 기업을 위한 제품과 솔루션 개발로 확장해오다 현재는 소비자 위주의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판매하는 기술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실리콘밸리가 이처럼 부상하게 된 과정을 ‘붕괴(disruption)’로 설명한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케이블통신, 종이신문과 잡지, 택시 산업, 소매업 등 기존의 산업 분야를 기술로 ‘붕괴’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때 맞닥뜨리는 가장 큰 장벽은 늘 규제였다. 막대한 자금을 가진 그들은 규제를 걷어내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회전문 인사’를 통해 기술기업인이 정부로 가고 정부 관료가 기술기업으로 오는 경우가 많고, 정치와는 철저히 무관해 보이는 그들은 로비활동과 정치인에 대한 기부에 거액을 투입한다.
저자는 거대 기술기업들이 사회공헌단체를 통해 저개발국에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는 배경에도 잇속이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이 널리 보급될수록 구글과 아마존 같은 기업들의 수익은 늘어난다. 아마존은 벅셔해서웨이 등과 손잡고 건강보험회사를 세울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은 이미 의료 분야에 투자하고 있고, 각종 건강 관련 앱과 웨어러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과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한 상황에서 보건 시스템까지 넘보고 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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