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행세로 치료가 절박한 환자들을 속여 3억 원 가량을 챙긴 50대와 그를 도운 현직 의사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피해자들은 치료시기를 놓쳐 신체 일부를 절단하거나 장기이식을 받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김태호 판사)은 사기와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상 부정의료업자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가짜 의사 A(59) 씨에 대해 징역 2년 10개월의 실형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자신의 병원에서 A 씨의 사기 행각을 묵인한 현직 의사 B(59) 씨에 대해 징역 1년 2개월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특별한 직업이 없었던 A 씨는 B 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성형외과를 드나들며 가짜 의사행세를 했다. B 씨는 A 씨가 의사 행세를 할 수 있도록 시설과 장소를 제공하는 대신 수익의 40%를 나눠 갖기로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지난 2017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환자 5명을 속여 총 2억9850만 원 상당을 진료비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혈액전문의라고 소개했고, '혈액정화치료'라는 기술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알렸다.
브로커들의 소개로 2017년 12월 A 씨를 찾아온 환자 C 씨는 당뇨족을 호소했고, A 씨는 자신의 치료법으로 "당뇨족 환자 70%가 완치됐다"고 속여 3차례에 걸쳐 치료비 1억2500만 원을 편취했다.
당뇨로 인한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던 또 다른 환자 D 씨에게는 "줄기세포 치료로 신장기능을 회복해주겠다"고 속였고, D 씨의 아내에게는 "공황장애가 있는 경우 반드시 치매에 걸린다"면서 "일본에서 치매 백신을 가져와 치료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A 씨의 거짓말에 속은 D 씨 부부는 1억7350만원을 치료비 명목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C 씨는 결국 왼쪽 발 앞 쪽을 절단했고, D 씨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는 등 증세가 악화됐다.
재판부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절박한 심점을 이용한 점, 범행 횟수가 많고 편취금이 3억 원에 달하는 거액임에도 피해회복이 전혀 되지 않은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또 "A 씨는 자신이 국내 명문 의대를 졸업했다거나 일본 게이오대 인턴과 레지턴트를 수료한 국내 몇 안되는 혈액정화치료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등 과대망상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면서 "향후 재범의 가능성도 높아보인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B 씨에 대해서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비의료인인 A 씨에게 병원시설을 제공하고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게 해 피해자들을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B 씨는 재판 과정에서 A 씨가 가짜 의사인 것도 몰랐고, 수익분배 약정을 하지도 않았다면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씨는 A 씨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의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득력 없는 변명으로 자신의 죄책을 부인하고 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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