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에만 167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대구는 몰려드는 환자로 의료진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추가 병상 확보 등을 위해 현장 지휘를 하고 있지만 확진자로 분류되고도 입원하지 못한 환자가 이날 300명을 넘었다. 대구시는 병상 확보도 시급하지만 앞으로 늘어날 환자 수를 감안하면 최소 300명 이상의 의료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발생한 710명의 확진자 중 309명이 병상을 확보하지 못해 자가격리 상태에 있다. 다른 환자들은 대구의료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등 8곳에 입원했다. 대구시 고위 관계자는 “대구의 확진자가 700명을 넘었지만 의료 인력 지원은 확진자가 300명일 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지원받은 101명의 의료인력 외에 최소 300여 명의 의료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의료원의 서명순 감염관리팀장은 최근 2주간 병원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 팀장은 “딸 같은 후배 간호사들이 몸에도 맞지 않는 큰 보호복을 입고 사투를 벌이다 사무실 바닥에서 쪽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며 “감염 우려가 높아 긴장된 상태로 일을 하다 보니 금방 녹초가 된다”고 말했다.
대구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는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대구시는 집단 감염원이 된 신천지대구교회 교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 31번 환자와 함께 예배를 본 1001명과 유증상자로 분류된 1193명을 검체조사했다. 그 결과가 앞으로 본격적으로 나온다. 또 신천지대구교회 교인 전체 9000여 명의 조사도 약 3일에 걸쳐 집중될 전망이다. 대구시는 신천지 교인과 일반 유증상자 검체 조사를 위해 이날 90명의 의료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이날 “대구 의사 5700명이 코로나19와의 싸움 최전선에 전사로 분연히 일어서자”고 문자 메시지로 호소문을 보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이건 격리병원이건 각자 불퇴전의 용기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자”고 호소했다. 그는 “방역당국은 더 많은 의료진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일과를 마친 동료 여러분은 선별진료소로, 격리병동으로 달려와 달라”고 부탁했다.
대구 시민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 대구시의 외출 자제 권고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거리에서 사람 보기가 힘들어졌다. 마스크 부족 현상을 제외하면 사재기 움직임도 없다. 일부 식당은 손님이 줄자 재고 음식이나 식자재를 나눠주는 운동도 펼쳤다. 대구 코웨이, 엑스코 등 기업들은 자체 예산으로 방역을 실시하거나 연차 등을 이용해 직원들의 이동을 자제시키는 등 예방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날 국내 37번째 환자인 47세 남성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완치 환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