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인천 T1면세점 쟁탈전…'빅4' 대기업 일제 참전

입력 2020-02-26 16:46   수정 2020-02-26 16:48


전 세계 공항 면세점 매출 1위인 인천공항의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운영 사업권을 놓고 대기업 면세점이 일제히 참전했다. 기존 '빅3'인 롯데·신라·신세계 면세점 뿐 아니라 신흥 강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까지 4곳이 입찰전쟁에 뛰어들었다.

2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T1의 8개 사업권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입찰 참가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모두 신청을 마쳤다.

이날 참가 신청서를 낸 참여 희망 업체는 오는 27일 사업제안서와 가격 입찰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입찰 대상은 내년 8월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T1 구역의 대기업 사업권 5개, 중소·중견사업권 3개 등 총 8개 사업권이다. 8개 사업권의 총 대상 면적은 1만1645㎡이다. 입찰 대상 구역은 △DF2(화장품·향수) △DF3(주류·담배·포장식품) △DF4(주류·담배) △DF6(패션·잡화) △DF7(패션·잡화) △DF9(전 품목) △DF10(전 품목) △DF12(주류·담배) 등이다.

현재 대기업 구역 5곳 중 DF2·4·6은 신라면세점이, DF3과 DF7은 각각 롯데·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 구역 3곳 중 DF9은 SM면세점, DF10은 시티플러스, DF12는 엔타스듀티프리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은 매출 2조6000억원을 기록해 전 세계 공항 면세점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입찰에 나오는 8개 구역 매출을 1조원대로 추산한다.

인천공항 소재 면세점이라는 상징성이 큰 데다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대기업 간 입찰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격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높은 임차료 탓에 DF1(향수·화장품), DF5(피혁·패션), DF8(전 품목) 운영을 포기한 후 인천공항에서 점유율이 낮아진 만큼 이번 입찰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신라면세점도 화장품·향수 구역을 중심으로 기존 구역 수성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롯데가 포기한 인천공항 면세점으로 18%까지 점유율을 늘린 만큼 이번 입찰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동대문 두타면세점 자리에 2호점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도 참전에 나섰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단기 악재가 있지만 향후 10년이란 장기 관점에서는 놓치지 말하야 하는 기회인 만큼 적극적으로 입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전 구역에 대해 입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바잉파워'를 키우려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나선 만큼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공사는 사업권별 평가를 실시해 최고 득점을 기록한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다음달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해 상품·브랜드 구성, 서비스·마케팅, 매장 구성·디자인 등 면세점 역량 요건과 입찰 가격 등을 종합 평가해 낙찰 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계약자가 관세청으로부터 특허 심사 승인을 받으면 최종 운영사업자로 결정된다.

사업자는 5년의 기본계약기간에 더해 평가 결과에 부합하는 사업자의 경우 추가로 5년을 연장해 최대 10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한편, 면세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인천공항이 임대료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앞서 인천공항에 임대료 책정 방식을 기존 고정 임대료 방식이 아닌 매출의 일정 비율로 산정하는 영업요율 산정방식을 일시적으로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인천공항은 명확한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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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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