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바이오 기업 싸토리우스가 인천 송도에 공장을 건립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 회사들이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프랑스 생고방, 미국 GE헬스케어, 독일 머크 등 세계적 바이오텍들이 모여들면서 인천 송도가 글로벌 바이오클러스터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내 송도에 공장”
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 대표(사진)는 최근 인터뷰에서 “올해 송도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싸토리우스는 독일 괴팅겐에 본사를 둔 바이오기업으로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각종 기기와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다. 초정밀 전자저울을 비롯해 세포배양, 미생물검사 장비 등에서는 선두주자다.
김 대표는 “세포배양에 필요한 배지와 1회용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위한 싱글유스 백 조립 공장을 지으려고 한다”며 “구체적인 수요 예측을 통해 올해부터 규모와 부지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임상시험대행(CRO) 사업을 본격화한다. 지난해 비임상시험 관리 기준인 GLP 인증을 받았고 국내 바이오 회사를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증 시험을 대행할 예정이다.
그는 “바이러스 검증 공정은 국내에서 하는 곳이 없어 그동안 바이오릴라이언스나 찰스리버와 같은 외국 회사에 맡겨 해외로 보냈다”며 “그러다 보니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중간에 의사소통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바이러스 검증 사업을 시작했고 인력을 30명가량 확보했다”며 “앞으로는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빠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하던 필터 밸리데이션 사업도 확대한다. 주사제를 병에 넣고 밀봉하기 전에 이물질을 걸러주는 제균 필터를 테스트하는 공정이다. 주사제는 피부에 직접 찔러넣기 때문에 철저하게 살균 소독을 해야 한다. 김 대표는 “인위적으로 균을 넣어 필터가 제대로 걸러주는지 확인하는 작업인데 싸토리우스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며 “일본 제약사 70곳이 주요 고객이고 올해부터는 독일 회사의 물량까지 가져와 한국에서 검증한다”고 말했다.
셀뱅킹 사업에도 진출
김 대표는 세포를 보관하는 셀뱅킹 사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70억원을 투자해 동결 질소 탱크와 분석 장비 등 설비를 갖췄다. 바이오 회사들은 자체 셀뱅킹 설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오염 우려 때문에 외부 셀뱅킹 업체에 세포주를 맡긴다. 그는 “제조를 안 하는 곳은 셀뱅킹 설비에 대해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을 인정해주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하고 있다”며 “규제들이 완화되면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독일 싸토리우스의 한국 법인을 세운 일등공신이다. 그가 창업한 싸토리우스 바이오텍은 독일 본사가 지분을 69% 갖고 있고 나머지 31%는 김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그는 백신 개발사 유바이오로직스 창업에도 관여했다.
그는 “2025년까지 매출 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해 독일 본사를 능가하는 회사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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