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셍겐조약' 뭐길래…이탈리아發 감염에 뻥 뚫린 유럽

입력 2020-02-26 17:13   수정 2020-02-2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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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내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인접 국가인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스위스 등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이탈리아를 다녀온 뒤 확진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이탈리아 국경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EU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이동을 보장한 셍겐조약 때문이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그리스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전날에는 하루 동안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스위스 등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됐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 중인 이탈리아 북부를 다녀온 게 각국 확진자들의 공통점이다.

이탈리아 북부는 인접 국가인 스위스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등과 왕래가 활발하다. 매일 수만 명의 이탈리아인이 국경을 건너 일하러 가는 등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26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325명, 사망자는 11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확진자 수는 중국, 한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EU는 지난달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응을 보여왔다. EU 회원국들은 지금까지 중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만 입국 제한 및 검역 강화를 실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환자가 급증하며 비상등이 켜졌다.

EU 보건당국은 역내 한 국가가 뚫리면 다른 국가도 잇따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셍겐조약으로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1995년 맺은 셍겐조약은 EU 27개 회원국 중 22개 회원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비(非)EU 4개국 등 26개국이 가입돼 있다. 셍겐조약 가입국은 국경 검문을 최소화해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셍겐조약이 유지되는 한 특정 국가가 다른 국가와의 국경을 일방적으로 폐쇄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탈리아의 인접국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에 대한 한시적 국경 통제도 한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건강·식품안전 담당 EU 집행위원은 지난 24일 “회원국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셍겐조약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산마리노 등의 보건장관들도 이날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회원국 간 이동을 막지 않고 지금처럼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영국과 EU는 이탈리아 북부에서 온 입국자들은 신고를 의무화하고, 14일간 자가 격리하는 조치만 시행하고 있다. 영국 보건당국은 방역 조치로 자국 내 11개 병원과 100개 지역보건의(GP) 진료소에서 독감 증상을 보이는 이들에 대해 무작위로 선제적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로 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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