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유행은 소비를 무한히 반복하게 하는 원동력

입력 2020-02-27 17:39   수정 2020-02-28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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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연남동과 망원동, 익선동…. 사람들이 요즘 자주 가는 동네다. 이들은 이곳에 있는 맛집, 동네 서점, 소품 가게 등을 찾아간다. 19세기 도시산책자가 파사주, 백화점 등 상품으로 가득 찬 공간을 느릿느릿 유영했던 것처럼 골목길을 유랑한다. 오늘날의 ‘도시산책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고 사진을 찍으며 과시하듯 경험담을 SNS에 올린다. 고가의 상품에 돈을 쓰면서 자랑하는 문화도 생겼다. 힙합계에서 쓰이는 ‘뽐내다’ ‘과시하다’는 의미의 용어 ‘플렉스(flex)’가 합쳐져 ‘플렉스 소비’라 불리기도 한다. 바야흐로 소비가 일상의 모든 것이 된 ‘소비 사회’가 된 것이다.

《소비 수업》은 현대 사회의 소비 양상을 살펴보고 그 안에 흐르는 현대인의 욕망을 탐색한다. 저자는 윤태영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다.

소비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유행에 민감하다. 유행은 낡은 것을 폐기하고 새로운 것을 소비하게 한다. 이를 통해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한 소비시장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낸다. 현대인에게 유행에 뒤처진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유행에 뒤처진다는 것은 삶의 양식과 존재 방식이 더 이상 현재형이 아니라 과거형에 머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유행은 그렇게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듭하며 우리로 하여금 소비하고 또 소비하게 한다.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유행은 소비를 무한히 반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소비는 ‘구별짓기’를 위한 욕망의 분출구이기도 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특별한 취향과 소비에 대한 선호를 계급의 영향력과 연결해 분석했다. 부르디외는 각 계급이 자신의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 특정 생활양식을 채택하고, 이를 드러내기 위한 소비를 하며 다른 계급과의 구별짓기를 끊임없이 시도한다고 봤다.

저자는 “최근 구별짓기를 위한 소비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며 “특히 물질적 소유보다는 공유와 경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색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공간소비’, 재미와 의미를 공유하는 ‘경험소비’, 과시보다는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문화소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유와 경험이 소비의 최대 화두가 된 지금, 지속가능하고 깨어 있는 소비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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